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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사자성어 '아시타비'…2021년 한국사회가 나아갈 방향은?

입력 2020-12-22 09:09 수정 2020-12-2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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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앵커]

해마다 이맘때면 대학 교수들은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를 선정해서 발표합니다. 2020년 올 한 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는 아시타비가 선정됐습니다.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 이른바 내로남불을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도 정치, 사회 전반에 걸쳐 소모적인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을 꼬집은 겁니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지금의 한국사회를 되돌아볼 필요가 분명 있어 보입니다. 올해 사자성어 아시타비를 추천한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자리 함께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교수님, 전국의 교수 906분이 추천과 선정에 참여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으셨고요. 아시타비, 처음 어떻게 이 사자성어를 생각하게 되셨어요.

[정태연/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 글쎄요. 우리 사회가 올 한 해 여러 가지 어려움도 겪고 또 사건들도 겪었는데 그런 어떤 과정에서 제가 느낀 것이 뭔가 이 문제를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서 상당히 기준이 이중적이다 이런 생각을 좀 했습니다. 말하자면 자기 자신의 어떤 행동을 평가할 때는 좀 너그럽게 생각하는 반면에 똑같은 행동이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하게 되면 아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서 모든 책임의 상대방에게 전가한다거나 이런 것들이 우리 사회에서 올해 좀 많이 두드러진 현상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것을 좀 잘 나타내줄 수 있는 그 말이 무엇일까 이렇게 생각을 하다가 아시타비를 찾게 돼서 추천을 하게 됐습니다.]

[앵커]

기존에 있던 사자성어들 중에서는 비슷한 의미를 가진 것들이 없었던가요?

[정태연/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 그게 어떻게 보면 내 입장에서 세상을 이해한다고 하는 거니까 조삼모사라든가 이런 것들도 사실 다 의미는 비슷한데. 어떻게 보면 내로남불이라고 하는 우리가 흔히 쓰는 그런 말의 의미를 아주 정확하게 그대로 직역한 한자어 표기가 아시타비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해서 고민을 하다가 이것을 제가 추천을 하게 됐는데. 많은 분들이 여기에 공감을 해 주셨습니다.]

[앵커]

결국 내가 생각하는 것만 옳고 다른 사람의 생각이라든지 의견은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는 그런 현상을 꼬집은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태연/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 그렇습니다.]

[앵커]

역지사지도 필요한 상황인데 말이죠.

[정태연/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 그래야 어떻게 보면 문제도 사실은 우리가 좀 더 객관적이고 다양한 입장에서 우리가 이렇게 바라볼 수 있고. 상대방하고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는데 책임 자체를 나는 하나도 없고 모든 것은 상대방한테 돌리다 보니까 상대방 말을 들을 여유도 없을 뿐만 아니라 들을 필요도 사실 없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궁극적으로 계속 갈등은 심화되고 해결할 수 있는 건전한 방안을 찾는 것 자체도 좀 어려운 그런 궁지로 자꾸 몰아가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앵커]

올 들어 굉장히 많은 갈등들이 우리 사회에서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갈등도 그렇고요. 공수처 출범을 둘러싸고 보수와 진보, 여당과 야당 간의 갈등도 그렇고요. 여러 가지 이런 갈등 상황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아시타비의 상황이 명확하게 정확하게 맞아 들어가는 그런 갈등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정태연/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 사실 우리 사회의 어떤 갈등이 심각하다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 문제가 진보든 보수든 혹은 어떤 자기의 어떤 가치관이 어떻든 간에 그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갈등이 심각해지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 갈등을 나름대로 우리가 잘 해결하면 전체적으로 국가라든가 국민들 발전에 도움이 되는 거라는 측면에서 갈등은 한편으로 되게 긍정적인 의미가 있는 겁니다. 그게 만약에 중요치 않으면 이렇게 사람들이 심각하게 따지고 그럴 필요가 없었겠죠. 그런데 또 하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문제는 뭐냐 하면 원래 우리 국가나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시작된 갈등이 그 본래의 취지라든가 궤도에서 벗어나서 집단의 이득이라든가 어떤 혹은 다른 측면에서 개인의 이득이라든가 이런 어떤 특정 세력의 이득의 문제로 자꾸 이렇게 변절돼 가는 추세들을 보여왔다는 거죠. 그런 와중에 공정이라든가 윤리를 강조했던 그런 어떤 사람들이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는 것들이 드러나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서 상당히 큰 많은 실망을 하게 되고 좌절을 하게 됐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러한 것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흔히 아직도 이슈가 되고 있는 어떤 조국 사태라든가 어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사태 이런 것들이 많은 사람들한테 어떤 실망을 주는 사건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요. 그래서 그런 어떤 현상을 좀 가장 잘 나타내주는 게 아시타비 아니면 여기서 사람들이 많이 생각했던 그런 후안무치 이런 것들을 뽑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앵커]

낯이 두꺼워서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후안무치가 두 번째 사자성어로 득표를 하게 됐습니다. 그런 상황이고요. 이런 갈등과 또 대립 이런 부분들이 사실 올해만의 일은 아니라고 말씀을 해 주셨지만 올해 특히 이런 갈등이 두드러진 것은 코로나19 상황과는 어느 정도는 맞물려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좀 하거든요. 그만큼 불안과 공포가 계속되다 보니까 여유가 없어지고 내 주장만 하게 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줄 그런 마음의 상태가 못 됐다 이런 상황도 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 드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정태연/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 코로나 때문에 물론 사람들이 스트레스 많이 받았고 또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어떤 불안요소가 그것 때문에 증폭돼서 이 갈등이 더 첨예화되고 증가된 것은 한편으로 사실입니다. 그런데 또 그것과 다르게 원래 우리 사회가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어떻게 보면 갈등이 점점 증가되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사회문화적인 그런 변화 차원에서 볼 때 과거의 어떤 민주적이지 못한 어떤 그런 사회에서는 사실 여러 집단이라든가 이런 개인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국가라든가 어떤 정부에서 내는 그런 목소리만 들어야 되는 거고 거기 이견을 제시할 수 없었는데 사회가 점점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고 이러다 보니까 개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집단이 자기 이득이라든가 혹은 어떤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그런 어떤 민주적인 사회로 사회가 발전했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고 의견이 나올 수 있어서 그것이 겉으로 보기에는 갈등을 좀 더 증폭시키는 요소이기도 한데 한편으로 보면 되게 우리 사회가 발전했다는 걸 보여주는 건전한 지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우리 사회가 물질적으로 엄청나게 풍요로워지고 기회가 많아지고 뭐 이런 편리해지다 보니까 사람들이 점점 감각적으로 된다는 거예요. 감각적이라고 하는 것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나한테 들어오는 어떤 자극에 의해서 충동적으로 결정한다거나 행동하고 즉각적으로 행동한다는 거거든요. 예를 들면 요즘 우리가 어떤 음식을 하는 방송이라든가 음악, 노래에 관한 거. 그다음에 영화 이런 어떤 것들이 흥행하는 그 뒷면에는 한편으로는 감각을 강조하는 사회적인 특성을 많이 반영한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나하고 의견이 다른 사람.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가 왜 다른지. 저 사람이 정말 생각하는 것은 뭔지 이렇게 좀 더 곰곰이 따져보고 공유할 수 있는 어떤 그런 인내심이라든가 노력을 기울여야 되는데 그런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어떤 상황이 안 되는 거죠. 감각적으로 판단하게 되고. 그러니까 나하고 다르니까 무조건적으로 어떤 배척한다거나 비난한다거나 심지어는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그런 특성들이 나오다 보니까 갈등이 좀 더 심각해질 수 있죠.]

[앵커]

그러니까 결국 우리 각자가 울타리, 동굴 속에서 좀 벗어나서 다른 사람들의 말과 의견을 들으려고 하는 노력들이 필요할 것 같은데 말이죠. 끝으로 한 가지만 더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심리학적인 방법론이 있을까요.

[정태연/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 몇 가지 제가 생각해 봤는데요. 우선은 우리가 좀 더 장기적인 측면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상당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건 되게 어려운 일이기는 한데.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그런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되는데요.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많은 연구들을 보면 사람들은 단기적인 어떤 이득과 보상에 훨씬 민감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1만 원을 받는 것이 한 달 후에 2만 원 받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거죠. 그래서 어떤 갈등이 일어나면 이것을 지금의 이득의 문제로 늘 본다는 겁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러다 보면 계속 싸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죠. 그런데 이걸 잠깐만 우리가 장기적으로만 생각해보면 지금의 이득이 나중에 잘못하면 손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정치적인 입장에서도 정권이 바뀌면 지금은 나한테 되게 유리한 제도 같지만 내가 바뀌게 되면 나한테 불리할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조금 이것을 넓게 생각해보면 공정한 게임을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다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조금 더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이런 것들이 상당히 중요한 것 같고요. 그다음에 우리가 좀 생각해 봐야 되는 것은 너무 상대방을 적대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지양해야 되겠다. 그래서 사실은 다 우리가 국가를 위하고 공정을 위한 그런 노력들을 기울인다는 점을 서로 이해해 주고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오늘 굉장히 중요한 말씀들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지금까지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였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정태연/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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