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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시장 출마 선언…'야권 단일화' 변수

입력 2020-12-21 19:43

5시 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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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앵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문재인 정권에 대항해 야권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취지로 출마의 변을 전했는데요. 국민의힘은 전반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후보 단일화 방법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민주당은 안 대표의 출마를 '말바꾸기'라며 비판했습니다. 박준우 반장이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안철수/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2011년 9월 6일 / 화면출처: 민중의소리) : 저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안철수/당시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 (2018년 4월 4일) : 시민 안철수, 서울특별시장 선거에 나서기로 결심하고 맨 먼저 서울시민 여러분께 보고드립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어제) : 결자해지의 각오와 서울의 진정한 발전과 혁신을 다짐하며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에 매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양보로 시작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첫 서울시장 도전, 9년이 지난 지금 안 대표가 세 번째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2년 전에도 출마를 선언했지만 이번엔 결이 다릅니다. 문재인 정권에 대항하는 안타고니스트(Antagonist)로서의 성격이 훨씬 짙어졌습니다. 이번 출마의 첫 번째 키워드는 #반문재인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2년 전에도 현재 정권에 대한 비판은 있었죠. 하지만 그때가 비교적 순한 맛이었다면 이번엔 매운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안철수/당시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 (2018년 4월 4일) :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제대로 가고 있습니까? 일자리는 늘고 있고, 입시제도는 정착이 되어가고 있습니까? 핵심은 견제와 균형입니다. 꼭 투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어제) : 문재인 정권은 민주주의의 적, 독재 정권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정권, 이런 무능을 내년 보궐선거에서 심판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세상 물정 모르는 운동권 정치꾼들이 판치는 암흑의 길로 영원히 들어서게 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안 대표,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시장 출마 관련 질문에는 'No!'로 일관해왔습니다. 불과 지난 달만 해도 부정적인 뉘앙스는 여전했습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지난달 6일) : (출마를 완전히 배제하고 계신 건지?) 저는 정말 몇 번만 더 들으면 백 번 듣는 질문인데 저는 정권 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언론과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절대 안 나간다고 말씀하셨거든요. 근데 오늘은 약간 답변이 그때와는 다른 것 같아서…) 저는 변함없습니다. 같은 말 계속하기가 지겨워서 다른 표현을 썼을 뿐 취지는 같습니다.]

한 달만에 기류가 변한 건 마포포럼 인사들의 권유 때문이란 보도가 나왔습니다. 마포포럼은 김무성 전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힘 외곽모임인데요. 원래 모임명은 '더 좋은 세상으로'이지만 모임이 열리는 사무실이 마포에 있어 마포포럼으로 불립니다. 지난 달 안 대표가 이 모임에 연사로 참석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이 패배하면 대선도 뭐도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이번 출마의 두 번째 키워드를 꼽자면 #야권_단일화입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어제) : 안철수가 이기는 선거가 아니라, 전체 야당이 이기는 선거를 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서울의 시민후보, 야권 단일후보로 당당히 나서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습니다.]

'반문연대'를 명분으로 야권 내에 '빅텐트'를 세우자는 논리인데요. 야권이 힘을 합쳐 서울시장 선거 이기고 이 기세로 대권까지 몰아쳐 정권을 교체하자는 생각인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국민의힘에 입당하거나 합당할 의사는 없는 거 같습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 다음 서울시 집행부는 '범야권 연립 지방정부'가 되어야 합니다. 범야권이 힘을 합친다면 못 할 것도 없습니다. 힘을 합쳐 새롭고 혁신적인 시정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연립'을 언급한 걸 보면 국민의힘 입당과는 선을 긋는 모양새인데요. 국민의당 의원들도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을 치를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습니다.

[권은희/국민의당 원내대표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금 현재 국민의힘 의원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통합과 입당을 해서 단일화를 하는 방법은 서울시민들의 인식에 비춰봐서는 더 좋은 그러니까 더 잘한 선택은 아닌 것 같다는 부분에 대해서 저희들의 인식과 판단을 공유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안 대표의 출마 선언을 바라보는 국민의힘, 일단 전반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인 건 맞습니다. 중도 이미지와 인지도를 갖춘 안 대표의 출마 선언은 야권 전체에 컨벤션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판이 커지면서 야권 내 경선의 흥행 요소로 작용한다는 거죠. 하지만 국민의힘이 바라는 건 딱 거기까지인 듯 합니다. 야권 단일화 후보를 안 대표에 내주는 것도, 그렇다고 단일화를 하지 못하고 보수 표심이 쪼개지는 것도 국민의힘으로선 둘 다 뼈아픈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일단 단일화는 해야겠는데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방법론엔 의견이 분분합니다. 크게 3가지 정도로 볼 수 있겠는데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후 경선, 안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 후 경선, 범야권 '오픈 프라이머리'입니다. 1번안은 국민의힘 중진인 윤영석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안했는데요. 안철수 대표의 출마가 야권 분열로 가서는 결코 안 된다며 나름의 방안을 내놓은 겁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제시한 게 2번인데, 본인이 이미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겠다고 선언한 마당이라 좀 날이 서 있습니다. "경선 없이 쉽게 가고 싶은 '꽃철수'는 안 된다"라고 한 거죠.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듯이 1, 2번은 안 대표로선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는 제안입니다. 아무래도 안 대표로선 3번을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데요. 제3지대에 있는 금태섭 전 의원 등 현 정권에 비판적인 모든 야권 주자들을 통합해 대국민 경선을 열자는 거지요.

이러쿵 저러쿵 말은 많지만 사실 중요한 건 현재 국민의힘 대표인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생각이겠죠. 김 위원장은 그간 "야권연대를 원한다면 안 대표가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될 일"이라고 일축해왔죠. 김 위원장은 어제 비대위회의에서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고 하는데요. 한동안 잠잠했었죠. 간만에 돌아온 코너입니다. 전화해박! 국민의힘 비대위원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김재섭/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 (김종인 위원장은) 당내에서 후보를 발굴하는 일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 외부의 어떤 후보가 나왔다고 해서 우리 당이 해야 하는 역할이나 해야 되는 목표가 바뀌는 건 아니라서 안철수 대표의 행보는 행보대로 두고 우리 당에서 해야 할 일은 우리 당에서 잘하자는 정도의 입장이신 거 같습니다.]

'안 대표에게 너무 신경쓰지 말고 우리 후보나 잘 뽑자' 이런 반응인데요. 야권 연대로 나아간다고 해도 김 위원장과 안 대표 사이에 신경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민주당은 안 대표의 출마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살펴볼까요. 민주당은 어제 안 대표 출마 선언 이후 당 차원의 논평은 내놓지 않았는데요. 겉으로는 일개 후보의 출마에 일일이 당 논평까지 낼 이유가 있겠느냐는 냉소적인 태도였죠. 하지만 오늘은 일제히 릴레이 비판에 나섰습니다.

[신동근/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한때 안철수 현상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안철수의 새 정치에 대한 기대도 있었습니다. 다 옛일, 옛말이 된 지 오래입니다. 안철수 현상이 없다는 것을 안철수만 모른다는 것이 안철수의 비극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노웅래/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쟤 미우니까 나 찍어주세요'라는 유치한 말이나 분풀이 선거, 화풀이 선거 대신 세계 10대 도시 서울을 혁신할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선거, 민생 선거가 되길 바랍니다.]

비단 최고위뿐만 아닙니다. 서울시당 보궐선거기획단장인 김민석 의원도 "끊임없이 말을 바꾸고, 선거마다 출마하는 정치인"이라고 꼬집었는데요. 이미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한 민주당 우상호 의원도 "서울시민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맞서면서 안 대표에게 '비와 당신'이란 노래를 띄웠습니다.

♬ 비와 당신 - 박중훈
이젠 당신 그립지 않죠.
보고 싶은 마음도 없죠.
사랑한 것도 잊혀가네요.
조용하게

아무래도 민주당으로선 신경을 안 쓴다고 해도 야권 단일화란 얘기까지 나왔으니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겠죠. 민주당 내부에서도 서둘러 중량감 있는 후보를 내야 한다는 분위기인 듯 합니다. 관심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쏠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박 장관은 서울시장 선거에도 출마했던 전력이 있고 현재 각종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내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박 장관이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좀 더 두고볼 일입니다.

짚고 넘어갈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또 다른 야당이죠. 정의당의 입장인데요. 안 대표가 야권 단일후보라는 얘기를 꺼내자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착각은 자유"라며 안 대표 본인의 바람을 말씀한 거 같아 안쓰럽다"고 했습니다. 정의당도 엄연히 야당인데, 안 대표가 무슨 자격으로 야권 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쓰냐는 거죠. 무례하고 옳지 않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정의당으로선 상당히 듣기 껄끄러웠던 모양입니다.

안철수 대표, 일단 출마 선언은 했지만, 자신의 바람대로 야권 단일 후보가 되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되는데요.

오늘 야당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안철수 서울시장 등판에 야권 들썩…여당, 릴레이 비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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