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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간호사일까, 당신들이 밉다"…어느 의료진의 하소연

입력 2020-12-18 17:26 수정 2020-12-1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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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 준비를 하고 있다. 추운 날씨에 안면보호구에 서린 습기가 앞을 가리고 있다. [출처-연합뉴스]15일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 준비를 하고 있다. 추운 날씨에 안면보호구에 서린 습기가 앞을 가리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놀러 갔다가 확진자랑 동선 겹쳐서 검사받으러 온 분들, 당신들이 밉고 힘듭니다"

코로나 19 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가 한 말입니다.

그를 지치게 하는 것은 추운 겨울도, 열악한 환경도 아니었습니다.

방역 수칙을 어기고 놀러 다니는 일부 시민들이었습니다.

이 간호사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됐다며 허탈해했습니다.

지난 15일 간호사 커뮤니티에는 '생리대 하나로 버티기. 나는 왜 간호사일까'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코로나 19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현실과 애환이 담겨 있습니다.

이 간호사는 호텔 수영장에 놀러 갔다가, 호텔 휘트니스에서 운동하다가 확진자랑 동선이 겹쳐서 검사받으러 온 사람들에게 "오늘 당신들이 너무 밉고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당신이 순간을 즐기고 난 이후의 일은 오롯이 내 책임"이라면서 "그럼 그 시간 보내고 책임도 본인이 졌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생리하는 날에는 더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생리대 하나 갈 시간이 없어서 오늘 근무 중 패드 한 장으로 버텼다"면서 "퇴근 후 롱패딩 안에 감춘 붉은 자국을 보니 그냥 다 놓아버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추운데 검사가 늦어진다고 짜증 내는 사람들에게도 상처받는다고 했습니다.

그는 "패딩 입고서 '왜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느냐'고 말하는 당신들에겐 방호복 안에 입은 반팔과 글러브 안에 얼어붙은 제 손은 보이지 않으시겠죠"라고 말했습니다.

이 글은 온라인 공간에 퍼지면서 누리꾼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죄송하다. 나부터라도 개인 방역 철저히 따르겠다", "자기밖에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모두가 힘들다", "의료진 수고에 늘 감사하다" 등의 반응이 있었습니다.

코로나19 임시 선별 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핫팩으로 손을 녹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코로나19 임시 선별 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핫팩으로 손을 녹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코로나 19 현장 파견 모집에 지원하는 간호사들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10일부터 모집을 시작했습니다.

어제(17일) 오후 4시 기준으로 2,443명이 지원했습니다.

직장을 그만둔 간호사가 절반 정도입니다.

코로나 19 관련 근무 경험이 있는 간호사와 재직 중이지만 휴가를 써 현장에 참여한다는 간호사도 있습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참여하고 계신다. 일단은 기한 없이 계속 모집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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