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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학생 333명 피랍…'치안 불안' 비판 확산|아침& 세계

입력 2020-12-15 09:56 수정 2020-12-1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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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진행 : 이정헌


지난 11일 밤 나이지리아의 한 기숙 학교가 총을 든 무장 괴한들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전교생 839명 가운데 333명이 실종됐는데, 사실상 납치된 것으로 보입니다. 학생 10명이 인질로 잡혀있는 지역을 정부군이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나머지 학생들의 행방은 알 수가 없습니다. 나이지리아 북서부 카치나 주에 있는 한 중등 기숙학교. 정부가 세운 과학 학교로 전체 839명의 남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1일 밤, 오토바이를 탄 무장 괴한들이 학교를 급습했습니다. 가까스로 탈출한 학생들은 자고 있었는데 괴한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총으로 위협하고 학생들을 어디론가 끌고 갔다고 진술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탈출한 학생 : (괴한들이) 도망치는 사람은 모두 죽이겠다고 했지만 무작정 달렸습니다. 바위 위를 기고 숲을 가로질러 도망쳤습니다.]

아직까지 학생들을 납치한 이유나 정확한 배후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일단 나이지리아 정부는 몸값을 노린 무장 갱단의 범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부하리 대통령은 "무고한 어린이들에 대한 비겁한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정부군이 괴한들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이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 부모들은 학교에 모여서 자녀들을 구해 달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다.

[실종 학생 부모 : 정부가 납치된 우리 아이들을 구출해 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나이지리아 북서부 지역에서는 무장괴한들이 민간인을 상대로 금품을 빼앗고 살해하거나 몸값을 노리고 납치하는 사건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보코하람의 민간인 공격도 치안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민간인 110여 명이 살해됐고, 2014년에는 여학생 270여 명이 납치돼 아직도 100여 명이 실종 상태입니다. 치안 불안을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나이지리아 시민 : 지금 정부는 정말 우울하고 창피할 것입니다. 정말 부끄럽습니다. 더 이상 이 나라에서는 누구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의 배경과 나이지리아의 불안한 치안문제 아프리카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이한규 전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얼마 전에 보코하람의 민간인 공격에 대해서 분석을 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학생들이 또 납치됐습니다. 아직까지 배후는 밝혀지지 않고 있고요. 현지에서는 갱단이 몸값을 노리고 납치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분석이 있고요. 유목민인 풀라니족의 소행일 가능성도 제기가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세요?

    납치가 일어난 곳이 보코하람의 활동지역이라는 점에서 보코하람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보코하람에 가입돼 있는 일부 풀라니 민족의 개연성도 있고요. 그러나 납치 목적에 대해서는 물론 나이지리아 당국은 몸값이라고 에두르고 있습니다. 테러집단이 정부를 대상으로 몸값을 받아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은 그들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목적을 두 가지로 가정해 보는데요. 하나는 납치한 소년들을 테러리스트 소년병으로 훈련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고요. 다른 하나는 2014년 270명의 소녀를 납치한 후 수감된 테러리스트와 교환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 이 같은 절차를 밟지 않을까요.


  • 지난번 보코하람의 민간인 살해사건도 그렇고요. 이번 납치사건도 나이지리아 북부지역에서 발생했습니다. 나이지리아 북부지역의 치안이 특히 이렇게 불안한 이유는 뭘까요?

    이 지역은 사해 지역의 일부로 오랫동안 치안이 가장 허술하고요. 정부의 공공서비스가 잘 미치지 않는 곳입니다. 그래서 이 지역 치안의 대부분은 자경단이 담당하고 있지만 조직적인 무장단체 테러를 막기에는 굉장히 역부족이죠. 여기에 훈련과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정부군의 일부가 무기를 버리고 남쪽으로 도주한다든가 무기를 팔고 탈영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어서 테러 대처가 제대로 될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이 지역은 기독교와 이슬람, 풀라니 민족과 하우사 민족, 유목민과 농경민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실타래처럼 얽혀 있습니다. 이러한 것이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는 데 큰 장애요인이거든요.


  • 나이지리아 시민들과 야당인 인민민주당은 부하리 대통령이 국가 치안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고요, 실제로. 교수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수니파 이슬람 출신으로 2015년에 집권했는데요. 여러 차례 보코하람을 비롯한 무장단체 근절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이 일시적인 미봉책이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들이 있는데요. 사회적 통합, 가난, 불평등, 인프라 구축, 안보불안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미봉책이라는 것은 국경수비대의 부분적 강화를 한다든가 또 위험마을의 전체 주민의 강제적 이주 등입니다. 이번 납치가 11월 30일 대국민 발표에서 반테러조치에 정부가 잘 대처하고 있고 점차 정부군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한 지 한 달도 안 돼서 일어났거든요. 특히 전임 대통령 조나단이 재선되지 못한 것도 270명의 소녀 납치단 사건과 연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부하리 대통령 임기 중에 또다시 심각한 납치사건이 일어났던 것이 야당이 주장하는 부하리 정부의 반테러정책에 대한 분명한 한계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지난 2014년, 270여 명의 여학생들이 보코하람에 납치된 후 소셜미디어에서 "우리 아이를 돌려달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운동이 나이지리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갔습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우리 아이를 돌려달라"는 해시태그가 또다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나이지리아 국민들이 우리 아이를 돌려달라고 호소해야하는 걸까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이자 존재해야 할 이유라는 것을 나이지리아 정부가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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