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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배설물·정전…"떼까마귀 찍으면 500원"

입력 2020-12-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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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수원에선 밤마다 까만 새들이 거리를 뒤덮습니다.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입니다. 4년 전부터 해마다 찾아옵니다. 배설물에 정전 사고를 일으키기도 해서 전담 퇴치반이 만들어졌고, 사진을 찍어 제보하면 한 장에 500원씩 주기도 합니다.

몇 달 머무는 동안 같이 잘 지내볼 방법이 없을지, 밀착카메라 홍지용 기자가 고민해봤습니다.

[기자]

해가 지고, 밤이 찾아왔습니다.

시내 곳곳에 까만 새들이 날아다닙니다.

수십 마리는 돼 보입니다.

떼까마귀입니다.

전깃줄 위에 줄지어 앉아 있습니다.

배설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손으로 막거나, 황급히 몸을 피합니다.

[어머나, 징그러워라.]

[김명구/경기 수원시 우만동 : (떼까마귀가) 무섭고, 배변을 되게 많이 해서 피해 다녔어요. 친구들은 똥 맞았다, 이런 얘기도 많이 듣고.]

바닥에 보이는 흰색 얼룩들, 떼까마귀들이 남긴 배설물입니다.

제가 서 있는 자리 바로 위에서, 지금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자체에서는 떼까마귀 퇴치작업에 나섰습니다.

함께 보시죠.

맹수의 눈빛과 비슷한 초록색 레이저를 쏩니다.

골목길을 다니며, 보이는대로 쏩니다.

까마귀들이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차로 이동하며 계속합니다.

[저 앞에 있잖아요 저기. 쏴 버리세요 그냥. (까마귀가) 계속 돌잖아요.]

전선 위의 까마귀들을 쫓아낸 지 1시간 정도 지났습니다.

그런데, 까마귀들이 금세 돌아와서 다시 자리 잡고 있는 모습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수원시청엔 지난 2016년 이후 겨울이 되면 떼까마귀 민원이 해마다 200건씩 들어왔습니다.

[김승기/수원시 환경교육팀 : 11월부터 쭉 4~5개월 정도 집중되거든요. 그중에서도 12월, 1월, 2월 이때가 가장 많은 민원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밤마다 까마귀를 쫓고, 낮에는 더럽혀진 바닥을 청소하길 반복합니다.

[김승기/수원시 환경교육팀 : 풍선효과가 나오더라고요. 이쪽에서 쫓으면 저쪽으로 날아가고. 다시 저쪽에 있는 걸 쫓으면 이쪽으로 날아오기 때문에.]

시민들은 두렵습니다.

[백인호/경기 수원시 망포2동 : 혹시라도 감전이 되거나 뭐 이럴 수도 있지 않을까.]

직접 까마귀를 쫓아내기도 합니다.

[한태영/경기 수원시 원천동 : 보통 이렇게 전봇대에 쭉 앉아 있어요. 한 시간 정도 주기로 한 번씩 치고 그러면 다 도망가거든요.]

해가 뜨자 곳곳에서 까마귀들이 남긴 흔적이 보입니다.

자동차가 배설물에 뒤덮여 엉망이 됐습니다.

[김종수/경기 수원시 우만동 : 지금도 세차한 지 이거 한 이틀 됐나? 그런데 이렇게 된 거 아니에요.]

떼까마귀는 바로 옆 화성시로도 가고 있습니다.

[신원규/화성시 생태환경팀 : 도심이랑 농경지가 같이 있는 부분이 화성시 진안동이랑 안녕동, 능동 이쪽에 가까워서 영역을 좀 넓힌 것 같아요.]

이틀 전에는 고압선이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1300여 가구가 2시간 동안 전기를 쓰지 못했습니다.

한국전력 측은 떼까마귀가 날아다니는 걸 봤다는 시민들 이야기를 토대로 원인을 조사 중입니다.

떼까마귀는 시베리아에서 날아와 한국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입니다.

해마다 10만 마리가 울산 등 남부지방을 찾습니다.

떼까마귀들은 근처 논에서 곡식 낟알을 먹다가, 해가 지면 쉴 곳을 찾아 시내로 날아갑니다.

특히 올해도 수원 일대를 찾은 떼까마귀는 3000마리가 넘습니다.

논과 밭에서 먹이를 찾던 떼까마귀들이 도시를 숲으로 느껴 행동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로등이나 전선이 많고, 온도가 높은 데다, 높은 건물이 바람을 막아주는 것도 떼까마귀가 찾는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쫓아내는 데에 한계가 있자, 아예 생태공원을 만들어주자는 의견도 나옵니다.

울산 태화강 일대의 숲을 가꿔, 떼까마귀를 비롯한 철새들이 오가게 만든 사례가 거론됩니다.

[남궁대식/한국조류보호협회 사무총장 : 까마귀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 가지고, 이쪽으로 오지 않게끔 대책을 세워줘야 된다는 이야기죠.]

현재까지 떼까마귀가 병을 옮기는 등 사람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사례가 보고된 건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수원시는 시민들의 떼까마귀 인식 바꾸기에 나섰습니다.

버스정류장마다 떼까마귀의 이야기를 적고, 떼까마귀가 병을 옮기지 않는다는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환경부와 함께 떼까마귀의 사진을 찍어 제보하면, 1장당 500원씩 주는 행사도 시작했습니다.

이동 경로와 나타나는 장소를 파악하기 위해섭니다.

전문가들은 철새의 하나인 떼까마귀가 수원을 찾는 이유를 도심과 자연이 어우러진 지리적 특성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현실적으로 까마귀들을 쫓아내긴 어려워 보입니다.

사람과 떼까마귀가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하루빨리 찾을 수 있길 기대해보겠습니다.

(VJ : 서진형 / 인턴기자 : 한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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