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도 예년 같지 않은 가운데, 부산 시내를 달리는 한 '특별한 버스'가 화제입니다.
최근 커뮤니티와 SNS 등에 '부산 버스 근황', '나 지금 버스 탔는데 여기 파티 열렸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해당 게시물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한 버스 내부 모습이 담겼습니다.
천장에 매달린 눈꽃 장식, 하트 모양 조명과 쉴새 없이 반짝이는 전구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누리꾼들은 "이거 타고 종점까지 여행하고 싶다" "본인도 몇 시간씩 운전하며 머무는 공간인데, 기사님도 신나고 승객들도 신나는 운행 길이면 좋겠다"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버스를 직접 탔다는 한 부산 시민은 "최근 속상한 일로 하루하루가 우울하고 힘들었는데, 산타 버스를 타고 출근한 며칠 전의 아침을 잊을 수 없다"며 "출근길 내내 많은 위로를 받고 행복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시민은 "코로나19로 연말 같지 않은 분위기와 이것저것 심란한 마음으로 무거운 퇴근길이었는데, 기사님 덕에 너무나 행복하고 울컥했다"며 "잠시나마 눈과 마음에 행복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이 '산타 버스'는 부산 대도운수 1558호 77번 버스입니다.
10년 째 버스 핸들을 잡고 있는 베테랑 운전기사 권도현(40) 씨가 직접 꾸몄습니다.
권 씨는 JTBC와 통화에서 산타 버스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운전사도, 승객도 즐겁게 버스를 탔으면 하는 마음에 만들게 됐다"며 "승객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산타 버스를 운행 중이라는 권 씨는 "승객들이 이곳저곳 둘러보며 사진찍기도 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며 "같이 사진 찍자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일을 하다 보면 승객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상처받을 때도 있고 승객들과 언성이 오갈 때도 있다"며 "반성하게 되고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 그래서 이렇게 산타 버스로 마음을 대신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처음 시작할 땐 직접 사비로 재료를 사서 버스를 꾸몄는데, 이제는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준다"며 "처음에 아내 카드로 몰래 재료 샀다가 들켜서 종종 혼난 적도 있다"며 웃음을 보였습니다.
또한 권 씨는 "부산에는 남부여객 70번 김이순 운전사님이 원조 산타 버스"라며 "작년에 처음 만들기 시작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직접 찾아갔더니 재료 파는 곳도 알려주시고 조언도 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권 씨는 "지금 하는 일이 물론 돈을 벌기 위한 것도 있지만, 너무 즐겁고 좋아서 하는 일"이라며 "올해는 작년보다 더 이쁘게 꾸미려고 했는데, 부족한 것 같다. 내년엔 올해보다 더 완벽한 산타 버스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권도현 씨의 '산타 버스'는 오는 31일까지 운행합니다.
(출처: 권도현 씨 제공) (JTBC 온라인 이슈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