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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좀 더 너그러워져야"…'댓글 시인'의 위로

입력 2020-12-10 21:06 수정 2020-12-10 22:06

김용균 씨의 죽음, 코로나…댓글 시인이 읊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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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씨의 죽음, 코로나…댓글 시인이 읊는 '세상'

['사람 용균' (낭독 제페토) : 식은 몸을 치워버리고 스위치를 켭니다. 시간이 굳습니다. 돈이 굳습니다. 이놈의 세상 만날 그대로입니다.]

[앵커]

김용균 씨의 죽음을 마주한 2년 전 오늘(10일) 인터넷 기사에 '맺힌' 이 댓글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지금의 시간도 또렷이 비추고 있습니다.

'그 쇳물 쓰지 마라'를 시작으로 10년 넘게 댓글로 많은 사람들을 위로해서 '댓글 시인'이라 불리는 제페토 씨 이야기를 강나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야수들' (낭독 제페토) : 짐승에게 있는 것이 우리에게도 있어 사람을 다치게 한다. 슬프다. 우리는 미화되었다.]

세상을 떠난 이에게조차 멈출 줄 모르는 가시 돋친 글을 마주한 순간, 문득 우리의 맨얼굴을 가슴 시리게 깨달았습니다.

[제페토/댓글 시인 : 자신에 대해서 너무 낭만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나.]

날 선 댓글로 서로를 그어대기 바쁠 때, 300자 남짓 짧은 시로 세상의 희로애락을 매만진 댓글 시인 제페토.

['그 쇳물 쓰지 마라' :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마음을 흔든 문구는 노래로 전해졌고, 시집으로도 나왔습니다.

'그 쇳물 쓰지 말라'는 10년 전 외침은 사람들 마음에 깊게 남았다지만, 일하다 죽은 이들의 이야기는 이번 두 번째 책에서도 사라지지 못했습니다.

[제페토/댓글 시인 : 가족들이 겪어야 하는 시간을, 그것이 떠오르면서 너무 서글픈 거죠. 10년 동안 아무것도 개선되지 않으면서 하루에 7명씩 죽어간다는 게.]

그 사이, 댓글 세상은 더 차갑고 잔인하게 변해갔습니다.

[제페토/댓글 시인 : 상대를 거의 어떤 경우는 멸절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듯한 표현이 많아졌어요.]

'얼굴 없는 시인' 제페토가 누굴까.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지만, 가족에게도 숨겨왔다며 전화로만 만났습니다.

[제페토/댓글 시인 : 부끄러움이 좀 컸죠. 실천은 한참 뒤처져 있으니까. 저에게 있어 시 쓰기는 지독한 반성문 같다는 그런 생각을 하죠.]

코로나 시대가 누군가 기침을 하면 누군가는 죽음을 떠올리는 난처한 시절이라 말하는 그는 비대면이 일상이 된 지금, 눈앞에 보이지 않는 서로를 좀 더 소중히 여기길 바랐습니다.

[제페토/댓글 시인 : (말과 글은) 깎고 다듬지 않으면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고 좀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가졌으면.]

(화면제공 : 수오서재 유튜브 '프로젝트퀘스천')
(영상그래픽 : 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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