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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개혁' 상법 개정안 통과됐지만…"본래 취지 퇴색"

입력 2020-12-09 21:12 수정 2020-12-1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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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재벌개혁안'으로 불리는 경제 3법이 오늘(9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선 당초 안에서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견제 장치를 느슨하게 한 탓에 소액주주들이 총수 일가를 감시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먼저 이지은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5년 5월.

삼성물산-제일모직 이사회에서 합병안이 상정됩니다.

감사위원 일부는 이사회가 열리기 불과 12시간 전 이 내용을 통지받았습니다.

그런데도 합병 안건은 통과됐습니다.

이후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이 불거지면서 감사위원이 '거수기'에 그쳤다는 비판이 커졌습니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법무부는 지난 9월 상법개정안을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국회를 통과한 내용을 보면 정부안보다 기업을 견제할 장치가 느슨해졌습니다.

정부안의 핵심은 소액주주가 추천하는 감사위원을 따로 뽑아서 총수 일가를 감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소액주주 측의 감사위원을 대주주가 무조건 반대하는 걸 막기 위해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합쳐서 3%로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국회는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각각 3%씩 의결권을 쓸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기업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재계의 입장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겁니다.

예를 들어 최대주주 A가 의결권이 있는 주식 총수의 10%를, 특수관계인 3명이 8, 7, 6%를 보유하고 있다면, 각각 3%씩 더해 12%의 의결권을 갖게 됩니다.

[이상훈/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 (변호사) : 아버지, 자식, 형제자매들이 (주식을) 같이 갖거든요. 그 가족들의 것을 한꺼번에 제한해야 하는데 1인당으로 제한하면 실질적인 효과가 없어집니다. 굉장히 복잡하게 지분을 쪼갤 가능성이 커지고요. 재계에 좋고, 많이 후퇴한 법안이라고 평가합니다.]

[유정주/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 : 해외 투기자본이 침투해 우리 경영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밀이나 핵심 전략을 탐지할 수 있고, 이사회 진행을 방해해 여러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다른 견제수단으로 꼽힌 다중대표소송제도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준이 달라졌습니다.

소송을 걸려면 0.01% 이상의 지분이 있으면 된다는 게 정부안이었는데, 국회에서 0.5%로 원래보다 50배 문턱을 높여놓은 겁니다.

삼성, LG, 현대차 등 대기업 경영진의 잘못으로 주주들이 피해를 입었을 때, 손해배상 소송을 하려면 적게는 수백억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어치의 지분이 있어야 합니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였던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안도 국회에서 없던 일이 됐습니다.

소비자에게 직접 검찰에 기업을 고발할 권리를 주겠다는 취지였지만, 검찰 권한이 커지는 걸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전속고발권을 그대로 둔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디자인 : 배장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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