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민의 절반은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이 나면 어디로 탈출해야 할지도 막막하고, 막연하게 옥상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화재 때도 숨진 2명이 옥상으로 나가는 문 근처에서 발견됐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과연 지금 아파트들의 옥상이 대피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이예원 기자입니다.
[기자]
아파트 옥상 출입문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습니다.
사고 위험이 있어 잠가 뒀다는 안내가 붙었습니다.
또 다른 아파트.
역시 문은 닫혀있고, '화재가 나면 열쇠를 꺼내라'며 열쇠함을 뒀습니다.
한 아파트의 가장 높은 층입니다.
이렇게 문이 있지만 장비실이고요.
한 층 더 위에 있는 문도 굳게 잠겼습니다.
2016년 이후에 지어진 아파트는 화재 경보가 울리면 문이 열리는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전에 지어진 아파트는 설치할 의무가 없습니다.
[아파트 관리인/서울 강서구 : 옥상 못 올라가요. 올라가서 뭔 일내거나 할까 봐.]
[아파트 관리인/서울 양천구 : 올라가서 떨어져서 투신하는 사람도 있어가지고 어떤 때는 잠가 놔요.]
대피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주민들도 잘 모릅니다.
[갑자기 진짜 불이 나면 당황할 거 같고. (옥상은) 만일을 위해선 열어 두는 게 좋겠죠.]
[평소면 닫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있어서.]
소방이나 지자체가 둘러보긴 하지만, 그마저도 제각각입니다.
[서울 A구청 : 입주 30년 이상 된 아파트들을 선별해서 일제히 점검을 했어요. 권고 조치를 했고.]
[서울 B구청 : 저희가 그런 걸 파악하고 있진 않고요. 그런 거는 소방서 소관이어서.]
전문가는 옥상의 구조를 미리 알아두라고 강조합니다.
이미 연기가 퍼졌다면 옥상으로 향하는 게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일산화탄소 등으로 빠르게 정신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영주/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세대 밖으로 나가시기 전에 복도나 계단 상황을 잘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세대 내에서 문틈으로 들어오는 연기를 최대한 막아서 바깥의 구조를 적극적으로 기대하는 게 훨씬 생존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