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개표 중단" vs "모든 표 집계"…두 쪽으로 '갈라진 미국'

입력 2020-11-05 20:03

5시 정치부회의 #여당 발제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5시 정치부회의 #여당 발제


[앵커]

개표는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었고,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는 상황이긴 하지만 미국은 '두 동강이 났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양측 진영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도 트럼프와 바이든 지지자들은 극명하게 반으로 나뉘면서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죠.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 카드를 꺼내 들고 결과에 쉽게 승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내면서 지지층 간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된 내용을 최종혁 반장 발제를 통해서 보고 추가적인 얘기를 이어가겠습니다.

[기자]

엄밀히 말하면 현재 개표가 진행 중인 건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선거인단을 뽑는 선거입니다. 각 주별 승자가 모든 선거인단을 확보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선과 다름이 없는 것이죠. 12월 8일까지 선거인단 명단을 확정해야 하고 요식적이긴 하지만 선거인단이 실제로 대통령을 뽑는 진짜 대선은 12월 14일입니다. 이후 투표 결과는 12월 23일까지 연방의회에 통보되고 내년 1월 6일 연방의회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과반을 획득한 후보자를 정식 대통령으로 지명하게 됩니다.

하지만 앞서 보신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개표가 진행되면서 불리한 상황이 펼쳐지자 곧바로 소송 카드를 꺼내 들었죠. 재검표, 개표 중단 등 방식도 다양합니다. 결국 소송전으로 가게 되면 방금 설명해드린 8일까지 선거인단 명단 제출은 물론이고 14일에 치러지는 선거인단의 투표도 불투명해질 수 있습니다.

20년 전이죠. 부시 대통령과 고어 후보가 맞붙었던 대선에서도 법정 공방이 벌어졌었죠. 부시가 246명 고어가 255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상황에서 선거인단 25명이 걸린 플로리다에서 두 사람의 표 차이는 500여 표. 고어가 재검표 소송을 제기했고 플로리다주 법원은 받아들였지만, 연방대법원은 재검표가 위헌이라고 선언하면서 결국 플로리다의 선거인단을 부시가 확보하게 됐죠. 이 때까지 걸린 시간이 선거일로부터 36일이었습니다.

트럼프와 바이든, 이번 대결의 승자도 자칫 최소 한 달 뒤에야 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만일 대법원의 결정이 늦어지거나 대법원 결정 후에도 두 사람 가운데 어느 한 사람이 선거인단의 과반인 매직 넘버 270명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요. 그러면 공은 하원으로 넘어갑니다. 미국 헌법은 대선에서 승자가 정해지지 않으면 하원이 대통령을 선출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각 주에서 선출된 하원 대표단 1명이 과반수로 대통령을 뽑는 것입니다. 이는 미국 역사상 단 두 번뿐으로 가능성은 낮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든 바이든 후보든 미국의 46대 대통령은 내년 1월 20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데요. 현재로서는 바이든이 고지를 선점한 상황에서 트럼프가 소송을 통해 불복하는 모양새가 펼쳐져 있죠. 그러다 보니 이런 주장도 나왔습니다.

[김준형/국립외교원 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제 생각에는 방 뺄 때까지 1월 20일 정오까지 버티다가 이제 쫓겨나는 모양새를 하게 되면 자기가 희생자라는 방식으로 이미지 관리를 하면서 계속 영향력을 과시할 수도 있다,  이건 좀 너무 빠른 얘기지만 그럴 가능성도 좀 있습니다. 법적으로 1월 20일 12시까지는 비워줘야 되거든요.]

당선자 확정이 늦어질수록 미국 내 분열은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와 바이든 당사자들의 신경전만큼이나 두 후보를 지지하는 미국 사회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기 때문인데요. 곳곳에서 산발적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장 투표가 끝난 직후 백악관 앞에서는 이렇게 트럼프의 재선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습니다.

또 백악관 근처에서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극우단체 회원 4명이 피습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는데요. '프라우드 보이스' 단장은 술집에서 대선 개표 방송을 보고 집으로 가던 중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BLM 회원들로 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당시 사건 영상을 보면 프라우드 보이스 소속 일부 회원들이 흉기로 공격을 당하는 장면이 담겨 있는데요. 하지만 BLM은 "프라우드 보이스의 거짓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용의자 3명을 쫓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단체에 속해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뉴욕에서는요. 이렇게 트럼프에 반대하는 시민들과 경찰이 충돌을 빚기도 했습니다. 또 트럼프 지지자들은 다리를 넘지 못하고 막히자 경적을 울리며 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뉴욕 한복판에선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지지자와 반대파들이 충돌하는 일도 있었죠. 트럭을 타고 뉴욕 시내를 돌며 행진을 벌인 트럼프 지지자들이 타임스퀘어를 지나던 중 반 트럼프 시위대가 막아서면서 돌과 계란을 던졌고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이 차에서 내려 몸싸움이 벌어진 것입니다. 결국 경찰이 나서서 진압에 나섰죠.

또 텍사스에선 이런 일도 있었죠. 바이든 캠프의 유세 버스를 이렇게 트럼프 지지자 차량 100여 대가 에워싸고 위협을 가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테러 아닌가요? 대통령 후보를 마을 밖으로 쫓아내는 게 언제부터 가능했나요?]

[고속도로를 달리던 미친 버스가 차량 수백 대에 둘러싸인 것을 보셨나요? 온통 트럼프 깃발이었습니다. 너무 멋져요. 멋진 거 같아요.]

이렇게 선거 막판까지 양 진영의 갈등이 극심했던 상황에서 투표 결과를 놓고 소송전까지 이어져 당선자 확정이 늦어진다면 미국 사회는 극심한 혼란 속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은데요.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준형/국립외교원 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어떤 사람들은 남북전쟁 이후에 내전이 일어나는 것까지도. 물론 너무 큰 상상입니다마는 만약 그렇게 될 가능성도 트럼프의 선동에 따라서 그렇게 갈 가능성도 있고요. 제 딸이 지금 둘 다 워싱턴에서 출근하고 있는데 제가 걱정이 많습니다. 일단 출근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요 도시 상점에서는 앞다퉈 합판으로 도배를 했는데요. 명품 브랜드 매장은 물론이고 여러 상점들은 고객들이 드나들 수 있는 작은 문을 제외하고는 합판을 이용해 유리창을 가렸습니다. 대선 결과에 따라 자칫 폭력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대선을 앞두고서는 총기 판매량도 증가한 것으로 전해지고, 월마트는 소요 사태를 우려해 일부 매장 진열대에선 총과 탄약을 빼기도 했습니다.

이후 누가 당선되든 미국은 두 개로 갈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 지지기반이 확연하게 나뉘기 때문이죠. 바이든은 진보층과 고학력, 도시지역, 젊은층, 그리고 이민자로 대표되는 유색인종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반면 트럼프는 보수층과 저학력, 도시외곽, 노년층, 그리고 백인 노동자들이 주된 지지기반입니다. 특히나 두 후보간 표 대결이 치열했던 만큼 봉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울러 전 세계적인 문제인 코로나19와 관련해서도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미국 사회의 모습도 확연하게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현지시간 지난달 29일) : 우리 집이 있는 플로리다에 와서 기쁩니다. 요점은, (코로나19는) 극복할 수 있어요. 내가 나아졌다면 누구라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 빨리 회복되었어요.]

[조 바이든/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현지시간 지난달 29일) : 저도 여러분과 함께 섞여서 악수도 하고 싶어요. 하지만 우리는 책임 있게 행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마스크를 써줘서 고맙고 거리두기를 지켜줘서 고맙고 그리고 여기에 와줘서 감사합니다.]

바이든은 코로나19와 관련해 과학자의 말을 따르겠다고 했죠. 트럼프가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거리 두기를 완화했던 것과 달리 진단검사와 추적검사를 확대하고 마스크 쓰기와 거리 두기 등 방역에 더 방점을 찍을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트럼프가 예상과 달리 선전을 하고 있는 건 유권자들이 경제를 최우선으로 두고 투표를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하나 된 미국을 만들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칠지도 관심입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하게습니다. < '갈라진 미국'…통합이 관건 치유는 쉽지 않을 듯 >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