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31일) 문재인 대통령이 52년 만에 철문을 열었던 북악산 북측 면 둘레길에 오늘 시민들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북한 특수부대 공작원들이 청와대를 습격한 '김신조 사태' 이후 처음으로 개방이 된 거죠. 취재진이 김신조 씨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자연 기자입니다.
[기자]
굽이진 성곽을 따라 사람들이 줄지어 올라갑니다.
백악마루가 가까워지니 울긋불긋 가을 산이 발 밑에 펼쳐집니다.
오늘 북악산 북측 둘레길이 52년 만에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52년 전 북한 특수부대 공작원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면서 막혀 있던 곳입니다.
산에는 아직도 그 날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교전이 있었던 현장입니다. 이 나무가 바로 1.21사태 소나무인데요.
나무 둘레를 따라 땅에서 170cm 높이부터 이렇게 아랫부분까지 15발의 총탄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당시 공작원 중 유일한 생존자인 김신조 씨도 이제야 후련함을 토로합니다.
[김신조/1·21 사태 유일 생존자 : 서울에서 제일 경치가 좋은 곳이 북악산인데 나로 인해 늘 미안한 마음을 가졌고 빨리 풀렸으면 좋겠다 했는데 다행히…]
올해 79세로, 귀순해 목사가 된 김 씨는 북악산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털어놨습니다.
무엇보다 당시 군경에 잡힌 이유로 나무꾼 형제의 지혜를 꼽았습니다.
형제들이 자신들을 환영하는 말을 해 풀어줬다가 경찰에 신고했다는 겁니다.
[김신조/1·21 사태 유일 생존자 : 우씨 4형제가 나무를 하러 왔는데, 그분들이 왜 이제야 오셨냐고 빨리 오시지 하더라고. 남조선에 북한 정권을 지지하는 세력이 많은 걸로 교육받았고 그런 사람인 줄 알았죠.]
투항 당시 북악산에서 느꼈던 절박한 심정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습니다.
[김신조/1·21 사태 유일 생존자 : 당시 제 나이가 27살이었는데 죽으려고 했는데 마음속에 살고 싶은 마음이 오더라고요. 나는 누구냐 이거야, 나는 누구냐…살고 싶다는 생에 대한 애착 때문에 손들었죠. ]
올해 79살인 김 씨는 북한에 두고 온 형제들을 만나는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김신조/1·21 사태 유일 생존자 : 두고 온 형제들에게는 항상 죄송하고 마음이 아프고. 이제는 나를 용서하지 않겠느냐. 언젠간 만날 날이 올 걸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
북악산의 나머지 남측 면은 2022년에 개방될 예정입니다.
(영상디자인 : 조성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