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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진화한 '심부름 대행'…편하지만 범죄 위험도

입력 2020-10-2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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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 시대, 우리 일상의 많은 것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지 않고 이루어지고 있지요. 이런저런 심부름을 해 달라는 요청도 손쉽게 스마트폰 앱으로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서에 민원 문자를 넣어달라거나 층간 소음이 심한 집에 대신 항의를 해 달라 같은 난감한 일을 시키기도 하고, 반대로 일하러 온 사람이 성범죄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어떤 어려움들이 있는지, 밀착카메라 홍지용 기자가 직접 해봤습니다.

[기자]

스마트폰 앱으로 일자리를 구하는 노동자는 약 50만 명.

온갖 종류의 심부름 서비스도 포함돼 있습니다.

노동자는 본인 인증이 필요하지만, 일거리를 주는 사람은 누군지 모릅니다.

취재진은 20만 명이 넘게 쓰는 한 심부름 앱에서 직접 이용 실태를 확인해 봤습니다.

수행지역을 설정하면 실시간으로 심부름이 뜹니다.

고객이 제시한 가격에 맞춰 금액을 내고, 낙찰되면 일을 맡을 수 있습니다.

직접 입찰해보겠습니다.

방바닥을 닦고, 쓰레기를 버려달라는 요청입니다.

최저시급보다 조금 높게 금액을 적고, 아르바이트 경험을 정성스럽게 씁니다.

일종의 온라인 경매와 비슷합니다.

10분쯤 뒤, 낙찰됐습니다.

현장을 찾아가는 동안에도 새로운 심부름이 올라옵니다.

도착한 곳은 인천의 한 집입니다.

[잠시만요. 제가 저쪽부터 좀 닦을게요.]

걸레로 바닥부터 닦습니다.

시커먼 때로 걸레가 순식간에 까맣게 변했습니다.

바닥에 남은 머리카락을 줍고, 쓰레기가 가득 담긴 쓰레기봉투도 치웁니다.

집주인은 방을 비우고 급히 일을 나가야 해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A씨/심부름 앱 이용자 : 제가 이따 병간호하는데, (병원이) 경기도에 있거든요. 그거 일손 좀 필요해가지고.]

자신이 다쳐 몸이 불편할 때도 심부름 앱을 이용했다고 말합니다.

[A씨/심부름 앱 이용자 : 제가 병원에서 퇴원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손 못 썼을 때, 어디 못 갔을 때. 뭐 사다달라, 아님 마트에서 장 봐달라.]

중개 수수료 10%를 떼고, 청소비로 8100원을 받았습니다.

물건을 배달해 달라는 심부름도 있습니다.

홍대 근처의 한 의류매장입니다.

[(이거 두 개예요? OOO 님이요.) 네, 이거. 이거 두 가지 하신 것 맞으신 거죠.]

미용실에 있는 물건 주인을 찾았습니다.

급할 때, 간단한 심부름을 의뢰한 일이 많다고 말합니다.

[B씨/심부름 앱 이용자 : 퀵서비스랑 심부름 같은 거…바퀴벌레 잡거나 (심부름꾼) 평점이랑 요금, 결제한 거 서비스 있잖아요. 그걸 좀 주로 보는 것 같아요.]

이번엔 코막힘제거제로 알려진 약을 사서 집에 가져와달라는 심부름입니다.

알고 보니, 재택근무자가 의뢰한 심부름입니다.

[정희영/심부름 앱 이용자 : 오늘은 일하고 있어서. 그리고 밤늦은 시간에 24시간 약국을 운전해서 가기는 좀 힘드니까 (심부름을) 요청한 적이 있고.]

배달 2건으로 1만2600원을 벌었습니다.

밤이 돼도, 심부름 의뢰가 계속 들어옵니다.

그런데 점점 수상한 심부름 요청이 눈에 띕니다.

황당한 심부름도 보입니다.

여기 보시면 법원에서 시간을 때워달라는 심부름이 보이는데요.

들어가 봤더니 변호사인 척해달라, 정장을 입고 와서 서류 가방을 드는 센스도 보여달라고 적혀 있습니다.

정상적이지는 않아 보입니다.

같이 술을 마시자, 병원으로 담배를 배달해달라, 경찰서에 민원 문자를 넣어달라, 불법과 합법 사이를 오가는 듯한 심부름이 버젓이 올라옵니다.

심부름 앱을 통해 일해 본 사람들이 모인 메신저 대화방에서는 각자 겪은 경험을 공유합니다.

떼인 돈을 받아달라고 하거나 층간소음이 심한 이웃집에 대신 항의를 해달라는 내용이 줄을 잇습니다.

사기꾼의 택배를 모르고 맡았다가 경찰의 조사를 받은 사례도 고백합니다.

반대로, 심부름 의뢰를 받아 온 사람이 범죄자인 경우도 있습니다.

2년 전, 집안의 가구를 옮기러 온 사람이 고객을 성폭행하려다 붙잡혔습니다.

성범죄 전력으로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합니다.

[성범죄 피해자 : 아들한테 '엄마 나갔다 들어오는 것 베란다로 봐'라고 이야기를 할 정도이고요. 음식을 시키는 배달도 전혀 문을 열어주지 않고.]

가해자는 징역 7년 형을 선고받았지만, 피해자는 책임을 두고 심부름 앱 업체와 법정에서 다투고 있습니다.

[성범죄 피해자 : 적어도 성범죄자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 사람을 전혀 여과 없이, 아무런 생각 없이 고용해서 쓰고 있다는 것은 제2, 제3의 범죄를 자꾸 양산하는 일밖에는…]

업체 측은 심부름꾼이 본인이 맞는지를 확인할 뿐 과거 범죄 경력을 알아볼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심부름 앱 업체 관계자 : 적어주신 나이랑 (주민번호) 앞자리가 맞는지 이런 거 확인하고요. 성별 이런 거 확인하고. (언론 보도에서는 범죄를 저질렀는지 확인도 한다고…실제로 확인을 하나요?) 그런 것은 저희가 따로 조회할 수 있는 방법이 아시다시피 없잖아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민간 업체에서 조회할 수 없다는 겁니다.

코로나 시대, 새로운 직업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제 심부름도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주고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심부름을 시키는 쪽도, 하는 쪽도 익명의 가면으로 가려진 범죄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습니다.

철저히 검증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서 서로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도록 만들어야겠죠.

(VJ : 박선권 / 인턴기자 : 주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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