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본은 노골적으로 유명희 후보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고비 때마다 일본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입니다. 도쿄를 연결해 보겠습니다.
윤설영 특파원, 일본은 처음부터 유명희 본부장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던 거죠?
[기자]
일본의 전략은 처음부터 'anything but korea', 그러니까 한국만 아니면 된다는 거였습니다.
오늘(27일)도 경제산업상은 특정 후보 지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외교상의 이유로 밝히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국제기구 수장으로서 급이 맞지 않는다"는 등 유 후보를 깎아내리는 발언은 공공연하게 흘러나왔습니다.
선거 막판이 되자 이젠 아예 "한국 후보 지지는 있을 수 없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앵커]
이렇게까지 반대하는 이유가 도대체 뭡니까?
[기자]
유 본부장이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WTO에 제소한 당사자라는 겁니다.
유 본부장이 사무총장이 되면 일본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국제기구 수장은 특정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한국 측이 "사안은 공정하게 처리하겠다"며 지지를 요청했지만 일본 측은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합니다.
[앵커]
사실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발목을 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잖아요?
[기자]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이 G7,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한국을 포함시키자고 제안했을 때도 일본은 반대했습니다.
당시 정부 대변인이었던 현 스가 총리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스가 요시히데/당시 일본 관방장관 (지난 6월 29일) : (개최 형식은) 의장국인 미국과 G7 각국이 논의하고 있는데, 일본은 G7 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국제기구 수장 등을 뽑을 때 이렇게 대놓고 특정 후보를 반대하는 게 통상 있는 일입니까?
[기자]
사실 국제기구 수장을 뽑는 선거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호불호를 드러내는 건 매우 드문 일입니다.
만약에 지지하지 않았던 후보가 당선될 경우 관계가 불편해질 수 있기 때문에 대개는 속마음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가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건 유 본부장의 당선 가능성을 처음부터 낮게 봤기 때문인 걸로 보입니다.
실제로 유 본부장이 최종 후보로 올라가자 당황하는 기색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본 안에서는 '이러다가 유 본부장이 당선되면 찬밥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감정은 감정이고 외교는 보다 신중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사실, 먼 나라가 먼저 떠오르네요. 잘 들었습니다. 윤설영 특파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