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밤새 불을 끄다가 지쳐버린 소방관들이 차가운 주차장 바닥에 누워 있습니다. 지난주 울산 화재 때 포착된 장면입니다. 쉴 곳이 없어 맨바닥에 누워버리는 소방관들, 원래는 쉴 수 있는 공간인 회복 차량이라는 게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에 다섯 대뿐이고 그마저도 울산엔 없습니다. 언제까지 소방관들이 이렇게 거리에서 쪽잠을 자면서 버텨야 할까요?
배승주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8일 울산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때 인근 주차장입니다.
소방관 수십 명이 딱딱하고 차가운 바닥에 드러누웠습니다.
방화복에 25kg이 넘는 장비까지 짊어지고 33층 건물을 오르내린 뒤 거의 탈진한 겁니다.
[울산 화재 당시 출동 소방관 : 쉬고 싶고 장비부터 벗고 싶다. 공기호흡기를 차지만 답답하거든요. 그 자리에서 눕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죠.]
한 자동차 매장이 소방관들에게 휴식 공간을 내주고 식사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장형규/울산 신정동 : 그렇게 쉬는 거 보면 미안하면서 안타까움이 듭니다.]
문제는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의 휴식을 보장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겁니다.
소방펌프차에선 각종 소방 장비가 좌석에 실려 있어 의자를 눕힐 수도 없습니다.
[권순범/울산남부소방서 소방사 : 장비를 벗어놓게 되면 차 안이 꽉 차기 때문에 저희가 쭈그릴 수 있는 공간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1대당 4억 원가량 나가는 소방관 회복 차량이 지난 4월 도입됐습니다.
트레일러 형식의 길이 16m짜리로 침대까지 갖춰 한꺼번에 20명이 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에 5대뿐입니다.
지난주 울산 화재 때 가장 가까운 대구에 있던 회복 차량은 점검 중이라 오지도 못했습니다.
장시간 불이 이어질지 예상을 못 해 다른 회복 차량도 출동하지 않았습니다.
[소방청 관계자 : 보수할 게 있어서 공장하고 협의 끝에 명절 지나고 입고시키겠다 해서…]
이번 울산 화재에 투입된 소방관은 모두 1300명가량입니다.
현장 소방관들은 회복 차량이 와도 극히 일부만 쉴 수 있다며 다른 대안도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