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주저앉은 소녀들은 철조망 너머의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요. 소녀상이 수난을 겪는 와중에 만화책 한 권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삶을 그린 우리 만화 '풀'이,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미국의 '하비상'을 받았습니다.
김나한 기자입니다.
[기자]
너무도 가난해, 콩나물도 아닌, 콩나물 뿌리로 죽을 쒀 먹던 생활, 이집 저집 할 것 없던 가난에 남의 집 식모로 내몰린 소녀는 갑작스런 납치에도 저항할 길이 없었습니다.
김금숙 작가의 만화 '풀'은 이옥선 할머니가 위안부로 끌려갔다 가까스로 돌아오기까지의 삶을 흑백으로만 그려냈습니다.
[김금숙/작가 : 이렇게 아픈 트라우마를 가지고 인간이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가, 그걸 생각하면서 작업을 했죠.]
책에선 옛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도 볼 수 있고,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보는 할머니들의 분노도 담겼습니다.
구구절절한 설명이나 대사가 없는 페이지에서마저 묵직한 절망과 두려움을 전합니다.
4년 전 출간돼 지난해 미국 뉴욕타임스 최고의 만화, 영국 가디언 최고의 그래픽 노블로 꼽힌 이 책은 미국 하비상에서 '최고의 국제도서상'까지 받았습니다.
[하비상 온라인 시상식 (지난 10일) : 수상작은 김금숙의 풀입니다.]
미국의 만화가 하비 커츠먼의 이름에서 따온 이 상은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도 불립니다.
[김금숙/작가 : 그들(위안부 피해자)의 삶의 의지가 우리가 인류를 믿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책은 미국과 일본은 물론 프랑스·이탈리아·브라질 등에서 번역 출간됐습니다.
[김금숙/작가 : 이 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세계 모든 곳에서 억압받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VJ : 김경찬 / 영상그래픽 : 이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