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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모집인 사기 피해자에 '손실' 떠넘긴 금융사…감독 손 놓은 금융당국

입력 2020-10-0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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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출사기 피해자에 '손실' 떠넘긴 금융사…통장·카드 압류에 강제집행 예고

[앵커]

뉴스룸은 한 사기단이 돈이 급한 서민들을 꼬드겨 개인정보를 받아낸 뒤, 100억 원대 대출을 받고 잠적한 사건을 보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사기를 당한 금융회사는 서민들에게 돈을 갚으라며 소송을 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일부는 카드와 통장이 막혀 신용불량자가 됐고, "구경도 못 한 돈을 어떻게 갚느냐"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먼저 강희연 기자입니다.

[기자]

집안 곳곳에 빨간딱지가 붙었습니다.

딸 결혼자금이 필요했던 하씨는 대출을 도와주겠단 사기단의 말을 믿었습니다.

[하모 씨 : 신한캐피탈 대출사기 피해자 : 저도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 쉬고… 나올 곳은 하나도 없잖아요, 돈이. 그 상태에서 그럼 어떡해.]

사기단은 하씨의 개인정보로 서류를 위조해 신한캐피탈에서 2억900만 원을 대출한 뒤,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신한캐피탈은 사기단과 함께 하씨도 고소했습니다.

사기단과 짜고 대출사기를 벌였으니 돈을 갚으란 겁니다.

압류장이 날아왔고, 곧 강제집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신한캐피탈은 이렇게 대출을 받아주겠단 말에 속아 개인정보를 넘긴 57명을 모두 고소했습니다.

[정모 씨 : 신한캐피탈 대출사기 피해자 : (신한캐피탈에서) '변호사 3명 샀으니까요, 법적으로 하세요' 이러고 끊어 버려요. 상대를 안 하려고 해요.]

카드와 통장 사용도 막혔고,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도 있습니다.

[김모 씨 : 신한캐피탈 대출사기 피해자 : 카드가 1개월, 2개월 정지될 때마다 저희들은 가슴이 찢어지고…]

신한캐피탈은 "해당 고객들이 통장을 사기단에 넘긴 건 사실"이라고 소송이유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대출 전 본인 확인을 해야 하는데, 신한캐피탈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김성순/변호사 : (금융회사가) 모집인들을 쓸 때 지켜야 할 사회적 책임이나 실제 규정은 지키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 쪽만 잘못했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거죠.]

(영상그래픽 : 박경민 / 인턴기자 : 남예지·신귀혜 / 영상디자인 : 조승우)

■ '검사 건수 0' 대출모집인 감독 손 놓은 금융당국…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에게

[앵커]

이 사기범들은 금융회사 대신 고객을 모으는 대출모집인이었습니다. 금융당국은 3년 전 대출모집인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관련된 검사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금융당국이 뒷짐을 지고 있는 동안 서민들 피해만 커진 겁니다.

여성국 기자입니다.

[기자]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금융회사의 관리가 형식적이다', 2017년 9월 금융당국은 "대출모집인 운영 실태를 집중 감독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금감원이 대출모집인과 관련해 금융회사를 검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금감원은 "우선 금융회사가 대출모집인을 자체적으로 감독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대출모집인 관리가 안 되는 금융회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선 제대로 답하지 못했습니다.

2017년 발표 이후 특별한 후속 조치가 없던 점도 일부 인정했습니다.

이번 대출사기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별 조치가 없습니다.

[금감원 관계자 : 수사 결과에 따라서 필요한 부분에 대한 조치는 그때 내용을 보고 취할 수 있다… 금전적인 다툼이 있었을 때는 그 부분을 분쟁 조정 신청을 해서…]

하지만 피해자들은 "이미 통장까지 압류된 상황에서 분쟁조정은 한가로운 이야기"라고 하소연합니다.

[전재수/의원 (국회 정무위원회) : 금융감독원이 굉장히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출모집인 사기 사건을 단순한 금융분쟁으로 바라보는 것이죠.]

피해자들은 "신한캐피탈이 대출모집인 관리를 제대로 안 했다"며 금감원에 검사를 요청했습니다.

(VJ : 김동진 / 영상디자인 : 배윤주 / 영상그래픽 : 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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