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4년 전, 스물다섯 살이었던 권대희 씨는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다가 과다 출혈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전문기관들은 의료진이 권씨를 방치해서 숨지게 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유족은 검찰의 판단이 잘못된 게 아니냐고 법원에 물었고, 법원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기라고 결정했습니다.
이상엽 기자입니다.
[기자]
재판부는 권대희 씨 수술을 맡았던 성형외과 의료진 3명이 '허가되지 않은 의료행위'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의사 2명이 다른 환자를 수술한다는 이유로 추가적인 조치 없이 간호조무사 1명에게 지혈을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했던 검찰의 수사 결과를 뒤집은 겁니다.
검찰은 당시 의사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만 재판에 넘겼습니다.
의료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전문기관 6곳의 감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담당 검사와 성형외과 측 변호인이 대학 동기라는 점이 이후 드러났습니다.
의료법 위반으로 유죄를 받으면 의사 면허가 정지될 수도 있어 이를 무마해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유족은 지난 2월 법원에 '재정 신청'을 냈습니다.
의료법 위반 혐의가 빠진 게 타당한지 재판부에 물은 겁니다.
[권태훈/고 권대희 씨 친형 : 의료 권력의 벽을 느꼈는데. 그걸 힘들게 넘으니까 오히려 우리 편이 될 줄 알았던 검찰이란 또 다른 권력에 부딪혔던…]
현행법상 법원이 재정신청을 인용하면, 검사는 반드시 기소를 해야 합니다.
지난해 법원이 받아들인 비율은 전체 재정신청 건의 0.32%에 불과합니다.
[권태훈/고 권대희 씨 친형 : 명백히 보이는 죄를 덮는 것,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게 만드는 건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검찰에게 잘못된 걸 덮을 수 없다는 걸 알리는…]
유족의 노력과 법원의 결정으로 당시에 '무면허 의료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법정에서 따져볼 수 있게 됐습니다.
(영상디자인 : 신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