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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엔 이렇게…공원만 빙빙 돈 '런던 마라톤'

입력 2020-10-05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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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엔 이렇게…공원만 빙빙 돈 '런던 마라톤'

[앵커]

달리는 선수 옆으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얼굴이 스칩니다. 관중이 사라진 런던 마라톤 코스 옆에 골판지 응원단을 세운 건데요. 명소를 가르는 대신 공원만 빙빙 돈 이번 대회엔 "가장 이상한 마라톤"이었다는 평가가 붙었습니다.

최하은 기자입니다.

[기자]

타워브릿지 위를 지나 도심 곳곳을 누비는 긴 행렬도, 도로 양옆에서 쏟아지던 수십만 관중들의 환호도 사라졌습니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런던 마라톤엔 가장 많은 이들이 함께할 거라 기대했지만, 100여 명의 선수만이 비바람이 몰아친 날씨 속에서 외롭고 긴 싸움을 벌였습니다.

첫 대회부터 이어져 온 전통의 코스도 코로나가 바꿔놓았습니다.

런던 거리가 아닌 버킹엄 궁전 앞 공원을 열아홉 바퀴 반가량 빙빙 돌아 42.195㎞를 완주하는 낯선 경주가 펼쳐졌습니다.

남은 바퀴 수를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됐고, 역대 우승자를 새긴 골판지 응원단을 세웠습니다.

2년 전엔 직접 출발 버튼을 눌렀던 엘리자베스 여왕도 올해는 사진으로 선수들을 맞았습니다.

낯선 풍경 속 우승 메달도 예상치 못한 선수에게 돌아갔습니다.

2시간 벽을 허문 유일한 인간이자, 이 대회에서만 네 번 우승했던 케냐의 킵초게는 8위에 그쳤습니다.

[킵초게/남자 세계신기록 보유 : 더 잘 뛸 거라 생각했는데 오른쪽 귀에 문제가 생겼어요. 중반부터 막힌 느낌이 들고…]

전용 탈의실과 화장실을 쓴 선수들은 트랙 밖에선 1m 이내로 가까워지면 불빛과 경고음이 나오는 '거리두기 장치'를 목에 걸고 생활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선수들과 뒤섞여 땀 흘렸을 아마추어 참가자들은 각자 있는 곳에서, 저마다 선택한 길을 달렸습니다.

관람차 안 러닝머신부터 싱가폴 밤거리까지 "40년 역사상 가장 이상한 경주"는 이렇게 백아홉 개 나라에서 4만 3000명의 레이스로 이어졌습니다.

첫해부터 쭉 참가한 여든일곱 살 노인은 자신의 집 앞 오솔길에서 40번째 완주에 성공했습니다.

(*저작권 관계로 방송 영상은 서비스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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