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춘숙 씨 : 언제 내가 이곳을 이렇게 (다시) 여행하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할망구.]
여든넷에 유명 관광지도, 온천도 아닌 오지로 순례를 떠난 경북 봉화의 할머니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노인의 날인 오늘(2일) 삶을 단단히, 그리고 충실히 일구어낸 우리 사회 수많은 어르신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겠죠.
강나현 기자입니다.
[기자]
[다큐 '카일라스 가는 길' : 올해 팔십 하고도 너입니다. 그래도 청춘입니다.]
세찬 바람에 숨을 몰아쉬고, 구부러진 허리로 돌산을 기어오르면서도 청춘을 말합니다.
[다큐 '카일라스 가는 길' : 내 생일을 내 자신이 축하합니다. 대단합니다.]
고급스런 음식도 화려한 선물 꾸러미도 없지만 오지에서 맞이한 생일은 더없이 행복합니다.
허허벌판에 핀 꽃 한 송이, 돌 하나에도 부지런히 인사를 건넵니다.
[다큐 '카일라스 가는 길 : 얼마나 춥겠습니까. 그지예. 목도리도 하나도 안 하고. 그래도 나그네를 기쁘게 하고.
온천도, 해외여행도 죄다 관심 없다며 아들을 애타게 했던 어머니는 여든한 살 되던 2014년, 히말라야 오래된 절 이야기에 이끌려 아들과 오지 순례를 시작했고 3년 전에는 석 달 동안 2만㎞ 순례를 떠났습니다.
바이칼 호수, 고비 사막을 지나 티베트 고원을 넘어 불교에서 '수미산'이라 부르는 곳 카일라스산에 올랐습니다.
[정형민/감독 : 함께 걸을 수 있는 여정은 그 길밖에 없었어요. 어머니와 오래, 길게 그렇게 걷고 싶어서.]
대학을 졸업해 공무원 생활을 했지만 서른일곱에 남편을 잃고 두 아이 키우는 데 전념한 이춘숙 씨.
해 뜨기 전에 기도하려 있는 힘을 다해 뛰는 어머니의 모습을 아들은 처음 봤습니다.
험난한 여정에도 늘 씩씩하게 온 마음을 다해 세상과 만난 어머니의 한평생이 자꾸만 겹쳐 보입니다.
[다큐 '카일라스 가는 길' : 할머니도 먹고 그으래]
이제 여든일곱, 새로운 여행 꿈을 꿉니다.
코로나가 끝나면 북인도 빈민가에 다녀오기 위해 매달 나오는 노령 연금을 꼬박꼬박 모으고 있습니다.
[이춘숙 씨 (87세) : 그 아이들에게 죽이면 죽, 밥이면 밥 내 손으로 밥해 먹이고 위에 숄 하나 사주고.]
(영상그래픽 : 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