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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억 들인 세종시 '전기굴절버스'…수십만km '텅 빈 운행'

입력 2020-09-04 20:51 수정 2020-09-04 21:00

에너지 낭비 심각…더 큰 문제는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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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낭비 심각…더 큰 문제는 '안전'


[앵커]

올 초 세종시는 길이 18m가 넘는 전기굴절버스를 도입했습니다. 지금까지 들인 세금만 115억 원이 넘는데, 세종시장은 대대적인 시승식까지 열며 '효율성이 커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취재해 보니, 굴절버스를 도입하며 노선을 억지로 바꾸면서 되레 승객이 없는 구간만 크게 늘었습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텅 빈 버스를 운행한 거리가 반년 동안만 23만㎞가 넘습니다. 서울-부산을 270번 넘게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입니다.

유선의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꽃다발 걸린 '굴절버스'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하나, 둘, 셋!]

이춘희 세종시장이 테이프를 자르자 박수가 나옵니다.

올 1월 세종시가 도입한 '전기굴절버스'입니다.

대당 9억 원 정도를 주고 넉 대를 샀습니다.

2대는 청주 오송역을 출발해 세종시를 거쳐 대전 반석역까지 가는 노선에 투입됐습니다.

어떻게 운행되는지 따라가 봤습니다.

우선 충전소가 있는 차고지에서 오송역까지 승객 없는 길 22㎞를 운전기사 혼자 갑니다.

오송역부터 반석역까지 32㎞ 노선을 한 차례 왕복 운행합니다.

그리고 다시 차고지로 텅 빈 버스가 들어옵니다.

64㎞를 운행하기 위해 44㎞를 승객 없이 도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차고지와 노선 등 전체 설계가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합니다.

버스 규격서엔 한 번 충전하면 234㎞를 갈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세 바퀴 돌고 들어와도 되지만 실제로는 한 바퀴만 돌고 충전하러 갑니다.

운전기사들은 "에어컨을 켜고, 승객을 태우면 규격의 70%도 못 간다"고 했습니다.

[운전기사 : 170㎞ 넘어가는 경우는 없다고 보시면 돼요. 중간에 버스가 퍼지는 경우도 있어요.]

나머지 2대는 세종시를 둥글게 순환합니다.

직접 타고 돌아보니 전체 노선의 3분의 1인 약 8㎞ 구간에선 타고 내리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개발이 안 돼 사람이 살지 않는 곳까지 돌고 있는 겁니다.

[운전기사 : 누리리에서 사람이 안 타고 도담동까지 바로 가면 10㎞ 넘는 거리예요. 이걸 빈 차로 움직이는 거죠.]

원래 사람 많은 곳만 왕복하던 이 노선은 전기굴절버스 투입과 동시에 순환 노선으로 바뀌었습니다.

운전기사들은 전기굴절버스가 이곳 차고지 턱을 넘지 못해 억지로 긴 길을 순환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세종시와 세종도시교통공사는 "그렇게 오해할 수 있다"면서도 전기굴절버스 때문에 바뀐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또 사람이 타지 않는 구간도 6.6㎞ 정도라고 해명했습니다.

세종시 설명대로 6.6㎞라고 해도 전기굴절버스를 포함한 버스들이 이 노선을 하루 184번 순환하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에 이 노선에서 운전기사 혼자 도는 거리는 1200㎞가 넘습니다.

친환경을 하겠다고 도입한 이 전기굴절버스가 운행되는 2개 노선에선 이렇게 하루 1300㎞ 넘게 운전기사 혼자 운행하는 구간이 발생합니다.

지난 1월 최초 도입 이후 지난 6개월 간 낭비된 거리를 합치면 23만㎞가 넘습니다.

이렇게 에너지 문제도 낭비도 심각하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안전입니다.

길이 18m가 넘는 전기굴절버스는 차고지를 나오면 지하차도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합니다.

1차선에서 2차선을 가로막고 도는데도 중앙선을 넘어 반대 차선 벽에 거의 닿을 듯합니다.

세종시는 차선을 다시 그리고 반대쪽 정지선을 뒤로 미뤄 응급처치를 했습니다.

2018년 초 7억 원을 들여 만든 스크린도어는 설치된 지 2년도 안 된 올 1월 굴절버스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철거됐습니다.

이렇게 문이 2개인 일반버스와 달리 전기굴절버스는 문이 3개인 데다 간격도 달라서 세종도시교통공사는 이곳에 수억 원을 들여서 설치한 스크린도어를 전부 뜯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돈을 들여서 새로운 스크린도어를 설치한다는 입장입니다.

철거에만 3000만 원을 썼고 새 스크린도어를 만들기 위해 7억 원 이상을 또 쓸 예정입니다.

오송역엔 안전을 위한 연석이 있었지만, 전기굴절버스가 돌아나가기 어려워 없앴습니다.

전기굴절버스에 맞춰 도로를 바꾸느라 안전에 구멍이 생기고 그걸 메우는 데 계속 세금이 들어갑니다.

세종도시교통공사는 지난 6월 72억 원을 주고 전기굴절버스 8대를 더 사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8억9000만 원이던 버스 가격은 올해 9억700만 원이 됐습니다.

버스 성능에 변화는 없고 버스카드 단말기 값으로 1700만 원이 오른 겁니다.

이렇게 전기굴절버스 12대를 사는 데 들어간 돈은 108억 원이 넘습니다.

다른 비용 등을 더하면 115억 원 넘게 들어갔습니다.

세종시와 세종도시교통공사는 차선 조정과 신호등 추가 설치 등을 통해 안전 문제를 해결하고 버스 노선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전해왔습니다.

(영상디자인 : 홍빛누리·김윤나 / 영상그래픽 : 이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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