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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심의위 권고 또 뒤집은 검찰…제도 손질 불가피

입력 2020-09-01 15:14

일선 검찰청 수사심의위 신청 급증…'대상 사건 제한해야' 지적도
위원 구성 둘러싸고도 잡음…"태생부터 한계 명확한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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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검찰청 수사심의위 신청 급증…'대상 사건 제한해야' 지적도
위원 구성 둘러싸고도 잡음…"태생부터 한계 명확한 제도"

수사심의위 권고 또 뒤집은 검찰…제도 손질 불가피

검찰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를 뒤집고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기소 결정을 내렸다. 수사심의위 의결이 사실상 무의미해진 데다 소집 신청 단계부터 위원 구성까지 잡음이 계속됐던 만큼 제도 자체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 1일 이 부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삼성 임원 11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이 부회장 측의 신청으로 소집된 수사심의위는 지난 6월 26일 현안위원회를 열고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따르지 않고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뒤집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8년 제도 도입 후 모두 10차례 수사심의위가 열렸는데 검찰은 앞서 8차례의 권고는 수용했지만, 최근 '채널A 사건'과 이번 삼성 사건은 연이어 권고를 따르지 않았다.

◇ 일선 검찰청 수사심의위 신청 급증…'대상 사건 제한해야' 지적도

이 부회장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후 일선 검찰청에서는 사건관계인들의 수사심의위 신청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들이 이 부회장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수사심의위 판단을 요구하는 제도 남용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논란이 됐던 채널A 사건의 경우에는 한 사건을 두고 피해자와 피의자, 고발인 등 5곳에서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제도 도입 당시부터 사건관계인에게 신청 자격을 주는 것이 남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있었다"며 "예견된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 사건이 수사심의위 안건으로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검찰은 2018년 11월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후 약 1년9개월 동안 수사를 벌여왔다. 장기간 수사를 벌여온 만큼 기록의 양도 수백권에 달할 정도로 방대했다.

반면 수사심의위는 검찰과 변호인 측으로부터 각각 A4용지 50쪽 분량의 의견서만을 받아 검토한 뒤 판단을 내렸다. 심의 시간도 양측의 설명 시간을 빼면 수 시간 남짓이었다.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수사심의위 신청 대상 사건의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혐의가 복잡하고 전문지식이 필요한 금융 범죄의 경우에는 수사심의위 심의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것이다.

◇ 위원 구성에도 '잡음'…"권고적 효력뿐이라 태생부터 한계"

삼성 사건의 수사심의위에서는 현안위원 구성을 둘러싸고도 잡음이 이어졌다.

수사심의위 위원장을 맡은 양창수 전 대법관은 과거 이 부회장을 두둔하는 칼럼을 기고한 사실 등이 보도되며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그는 결국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오랜 친구 관계라며 스스로 위원장 직무 수행 회피 신청을 냈다.

위원들의 이념적 편향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현안위원 중 김병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불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그러자 반대 진영에서는 일부 현안위원들의 진보 성향을 부각하며 맞불을 놨다.

심의 결과가 '권고적 효력'에 그치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여러 절차를 거쳐 의견을 냈음에도 검찰이 이를 뒤집으면서 사실상 제도가 무용해졌다는 지적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률이 아닌 대검 내규에 기반을 둔 데다가 권고적 효력뿐인 수사심의위는 태생부터 한계가 명확하다"라며 "우리 사법 체계와 본질적으로 맞지 않는 제도인 만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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