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한 1년9개월 간의 검찰 수사가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1일 오후 2시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공소유지 체제로 전환한다.
◇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 불구 이재용 기소 불가피할 듯
이 사건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부터 관심을 기울인 사건인 만큼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가능성이 높는 것으로 관측됐다. 수사팀과 수사지휘라인에서도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은 지난 6월 법조계·학계 등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표결 결과 10대 3으로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한 점을 존중해 부장검사회의를 거치며 두 달간 신중히 법리 검토를 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다수의 경영·회계 전문가들을 불러 이 부회장 혐의와 관련해 외부 시각을 두루 듣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이 부회장 기소를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불기소(무혐의)나 시한부 기소중지, 기소유예 등 다른 선택지도 검토했지만, 수사의 성격과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최종 책임자인 이 부회장을 기소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재판에 넘겨질 경우 2017년 2월 28일 국정농단 사건 당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의해 구속기소 된 이후 3년6개월 만이다. 당시 이 부회장은 구속영장 재청구 끝에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 분식회계·시세조종 시비는 법원서 판가름
검찰은 2015년 5월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과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회계변경이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고 의심한다.
또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직전 삼성물산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떨어진 것도 합병비율을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산정해 지배력을 강화하고자 그룹 차원에서 계획한 일이라고 본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검찰이 주장하는 시세조종과 분식회계 등의 혐의와 관련해 이 부회장이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과 수사심의위 등에서 팽팽하게 맞섰지만, 일단 이 부회장 측이 구속영장 기각과 수사심의위 불기소 결론을 얻어내며 판정승을 거둔 상태다. 각종 의혹은 결국 법원에서 시비를 가리게 됐다.
◇ 증선위 고발한 분식회계에서 경영권 불법승계로 수사 확대
이 수사는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분식회계 의혹으로 삼성바이오를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와 관련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꿀 때 고의적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봤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말 공동 투자사인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매수권) 행사로 지배력을 상실하게 됐다며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단독지배)에서 관계회사(공동지배)로 전환하면서 장부상 회사가치를 4조5천억원 늘린 의혹을 받는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현 반부패수사2부)는 내용을 검토한 뒤 삼성바이오의 외부감사법 위반 등 증선위가 제기한 혐의를 넘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쪽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이후 이 사건은 검찰 인사와 조직 개편으로 올해 초 경제범죄형사부가 맡게 됐다. 검찰은 합병 전후 시기의 사업실적 등을 토대로 의혹 확인에 나섰다.
◇ 김태한 영장 기각·조국 수사·코로나19 등에 수사 지연
검찰은 지난해 5월과 7월 두 차례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당시 검찰은 김 사장을 넘어 이 부회장 등 윗선을 겨냥한 수사에 속도를 내려고 했지만, 법원에서 제동을 걸었다.
이후 검찰은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증거를 인멸한 혐의 등으로 삼성전자 재경팀 이모(57) 부사장 등 8명만 구속기소 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전체가 지난해 초까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에 투입됐고, 지난해 중순 이후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 수사에도 대거 투입되면서 수사력이 분산돼 수사가 늦어진 측면도 있다.
또 올해 초 검찰 인사와 조직 개편으로 수사지휘라인인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교체된 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사 속도 조절 등도 영향을 미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