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 '지소미아'라고 부르죠. 지소미아 협장을 끝내려면 90일 전에 상대국에 통보해야 합니다. 그게 8월 24일 바로 오늘이죠. 한일 양국은 오늘 어떤 입장을 냈을까요? 또 오늘은 일본 아베 총리가 최장수 연속 재임을 기록하는 날이기도 한데, 건강이상설과 지지율 추락으로 우울한 날을 맞고 있습니다. 오늘 류 반장 발제에서는 한일 관계와 함께 지난 주말 양제츠 중국 정치국 의원의 방한 소식과 함께 다뤄보겠습니다.
[기자]
한국과 일본, 모두 오늘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하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조용히 연장되는 분위기입니다. 지소미아는 1년 단위로 연장하고, 협정을 끝내려면 만료 90일 전 통보해야 하는데 이 시한이 매년 8월 24일입니다. 지소미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북한군과 핵, 미사일에 대한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2016년 한국과 일본이 맺은 군사협정이죠.
그런데 두 나라의 입장차는 여전히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1년 단위 연장은 이미 무의미하고, 언제든지 지소미아를 종료할 수 있단 입장입니다.
[이재웅/외교부 부대변인 (지난 20일) : 다시 한번 우리 정부는 언제든지 지소미아를 종료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수출규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상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와 강제징용 문제를 연계하고 있기 때문인데, 양 사안은 별개로 다뤄져야 합니다.]
반면 일본은 "지소미아를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한일 간 안전보장 분야의 협력과 연계를 강화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힌 겁니다.
1년 전만 해도 지소미아 문제로 시끄러웠습니다.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긴커녕 한국을 수출 관련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일본에 대해 우리 정부가 꺼내든 카드가 바로 지소미아 파기였습니다. 당시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열기가 엄청났었는데, 지금까지 어느 정도는 이어지고 있지요.
지난해 11월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보류한 이후, 우리 측은 일본이 제기한 문제점을 보완했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일본은 화이트리스트를 수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재웅/외교부 부대변인 (지난 20일) : 일 측이 수출규제 사유로 제시한 조건을 우리가 모두 충족했음에도 일 측은 여전히 우리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유지하면서 비협조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일 측이 하루속히 수출규제 조치를 원상 복귀 시킬 것을 계속 촉구하면서…]
우리 정부가 이와 관련 일본을 WTO, 세계 무역기구에 제소했지만, WTO는 국가 안보 관련 사항이기 때문에 제소 대상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미국도 WTO의 입장과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입니다. 지소미아는 '북한에 대한 한미일 안보 협력의 핵심 수단'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죠. 미국 대선을 석 달 앞두고,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굳이 지소미아 파기로 외교적 마찰을 빚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역시 코로나19 대응 등으로 지소미아를 문제 삼을 여력이 없어 보이죠. 강제징용 관련 자산 현금화 조치가 되거나 수출 규제로 인한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에 지소미아는 다시 한일 관계의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침 오늘은 아베 총리가 최장수 연속 재임 총리 기록을 경신한 날입니다. 무려 2799일인데요.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의 동생,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의 1972년 재임 기록을 넘어선 겁니다. 2006년 아베 1차 내각 때까지 합치면 3165일입니다. 정치부 회의가 오늘로 2332일째니까 따라잡으려면 좀 더 기다려야겠네요.
그런데 아베 총리가 오늘 향한 곳, 바로 병원입니다. 아베 총리, 얼마 전 피를 토했다는 보도와 함께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죠. 오늘은 건강검진 결과를 듣기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고 했지만, 믿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며칠 전 출근 후 기자들 앞에 서선 단 15초 만에 자리를 떴습니다.
[아베 신조/일본 총리 (지난 19일) : 잘 부탁드립니다. 컨디션 관리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 검사를 다녀왔습니다. 다시 업무에 복귀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총리, 총리, 좀 더 쉬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습니까?)]
아베 총리, 정권 초반엔 아베노믹스로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직전 5명의 총리는 각각 1년 정도씩 임기를 하다 중도 사퇴했었죠. 후쿠시마 원전 사태 극복 의지를 강하게 밝히면서 도쿄 올림픽까지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이 장면,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데 지금, 아베 총리에 대한 여론조사, 국민 50%가 사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건강 불안이 지적된 아베 총리가, 언제까지 총리를 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답변자의 26%는 "즉각 사임", 24%는 "연내 사임"이라고 답한 겁니다. 지지율이 떨어진 가장 큰 계기는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입니다. 코와 입을 겨우 가리는 아베노마스크는 조롱거리가 됐고, '고 투 트래블'이라고 여행을 장려했다가 '고 투 트러블' 코로나 확산만 더 됐죠.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은 데다 1년 연기된 도쿄 올림픽도 제때 개최될지 미지수입니다.
아베 총리가 지난 2007년 1차 내각 당시 1년 만에 사임한 것도 건강문제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기능성 위장장애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아베 총리는 20대 때부터 대장염을 앓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일 관계 다뤄봤으니, 한중 관계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방한했지요. 부산에서 서훈 외교안보실장을 만났습니다.
[서훈/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지난 22일) : 많은 시간을 모든 주제를 놓고 충분히 폭넓게 대화를 나눠서,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봅니다.]
[양제츠/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 (지난 22일) : 오늘 충분하게, 아주 좋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도 기대했던 연내는 아니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여건이 갖춰지는대로 조기에 성사시키기로" 합의했죠. 양 정치국 위원은 "한국이 시진핑 주석이 우선적으로 방문할 나라"라고 밝혔습니다.
이 자리에서 양 위원은 미·중 갈등 속에서 "미국 편에 서지 말아달라"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미·중 관계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고 있는 우리 정부에 미국 측의 일방주의에 동의하지 말아 달라는 거죠. 서 실장은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에서 중국이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는 일단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 지소미아 '조용한 연장', 최장수 연속재임 기록 아베 총리 병원행 >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