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대 최장 장마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으로 지방자치단체 재난관리기금의 70%가량이 소진돼 응급복구와 이재민 지원에 사용해야 할 재원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전국 17개 시·도의 재난관리기금 잔액은 2조1천316억원이다.
전년도 잔액과 올해 적립금액 등을 합친 재난관리기금 전체 예산액 6조8천941억원 가운데 약 70%에 해당하는 4조7천625억원이 상반기에 집행되고, 30.9%에 해당하는 금액이 남았다.
재난관리기금은 각종 재난의 예방·대응·복구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고자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매년 보통세의 일정 비율을 적립해 조성하는 것이다.
이 기금은 재난 예방을 위한 시설 보강이나 재난 발생 시 응급복구, 이재민 임시주거시설 제공 등 법령상 정해진 용도에 쓰게 돼 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관련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지원에도 쓸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에 특례조항을 넣으면서 각 지자체에서 코로나19 대응에도 재난기금을 사용했다.
문제는 올해 장마가 예상과 다르게 역대 최장기간으로 길어지고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부으면서 막대한 비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재난기금 상당 부분을 소진한 상태에서 '역대급' 수해가 겹치자 각 지자체에서는 수해복구 예산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전남도의 경우 이번 장맛비로 구례·곡성 등에서 대규모 침수 피해가 발생하면서 피해액이 2천8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하지만 상반기 기준 전남도의 재난관리기금 잔액은 예산액의 51.4%인 655억원에 불과하다.
충남도 역시 도내 15개 시·군에서 1천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파악됐으나, 재난관리기금 잔액은 609억원으로 예산액의 46.6%만 남아있다.
재난관리기금 잔액을 모두 응급복구에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매년 적립하는 재난관리기금의 15%는 의무예치금으로 분류해 대형 재난 상황에 대비해 따로 관리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8월 말 이후 '가을 태풍'이 오기 시작하면 피해복구 재원 부족은 더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태풍의 개수와 위력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예년 사례를 보면 태풍은 장맛비보다 큰 피해를 몰고 온 적이 많았다.
행안부 관계자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재난관리기금 사용 방침을 전달하면서 다른 재난에 대비해야 할 부분은 남기도록 했다"며 "의무예치금도 피해 규모가 크면 법령 조건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