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화려한 색깔을 입은 이 도자기는 132년 전 프랑스 대통령이 조선에 보낸 선물입니다. 담백한 백자에 익숙했던 조선 왕실에선 이 무렵 이런 서양 도자기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왕조의 낯선 유물들이 처음 공개된 자리에, 김나한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손 씻는 물을 담은 주전자와 대야엔 파도치듯 무늬를 얹었고, 씻고 난 물을 버리는 그릇에도 리본과 장미를 잔잔하게 그려 넣었습니다.
19세기 말 조선 왕실엔 이런 낯선 그릇이 등장했습니다.
1876년 강화도조약으로 꾹 닫았던 문을 연 조선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양 외교관들이 차례로 들어왔습니다.
고종이 서양식 그릇과 음식, 식사 예절로 이들을 대접하는 데 애쓴 흔적도 남아 있습니다.
[곽희원/국립고궁박물관 학예사 : (서양의) 외교관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는데, (연회가) 그런 수단으로써…]
사디 카르노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보낸 세브르 도자기는 수교를 맺은 서양 국가로부터 처음 받은 선물입니다.
오랜 시간 창덕궁에 보관만 하다 이번에 세상에 나왔습니다.
에디슨이 전등을 발명한 지 4년 뒤인 1883년 뉴욕을 방문한 신하들에게 충격을 줬던 밤거리의 전등불도 이 무렵 들어왔습니다.
왕실의 상징인 자두나무꽃 무늬를 새긴 유리 전등갓으로 경복궁의 밤을 밝혔습니다.
일본의 궁성이나 중국의 자금성보다 앞섰지만, 조선의 운명은 밝지만은 않았습니다.
100여 년 전 왕실을 채웠던 낯선 물건들에서 근대 세계의 흐름에 동참하고자 한 마지막 왕조의 안간힘이 비춰집니다.
(화면출처 : 유튜브 '한국전력 KEPCO')
(영상그래픽 :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