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25일) 오픈마이크는 여름 휴가철이 무서운 동물들 얘기입니다. 여름 휴가철만 되면 버려지는 동물들이 훌쩍 늘어납니다. 지난 여름에도 4만 마리가 버려졌습니다. 피서지에 버리고 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 강아지도 선유도 해수욕장에 버려졌습니다. 사람들이 하도 버려서 안락사 안 하는 걸로 유명했던 전북 군산의 동물보호소마저 결국 안락사를 해야만 했는데요. 제가 군산 내려가서 안타까운 사정을 담아왔습니다.
[기자]
서울에서 3시간을 달려 군산 동물보호소에 도착했습니다.
'버려진 동물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이곳.
들어가자마자 자유롭게 뛰노는 강아지들이 보입니다.
모두들 밝은 표정이지만, 저마다의 상처가 있습니다.
[이정호/군산유기동물보호소 소장 : 어제 온 애, 얘가. (어디서 구조하셨어요?) 시내 아파트 단지 내에서. 피부병 심한 애. 비닐에 싸서 넣어가지고 죽이려고 버린 아이. 꽁꽁 묶어가지고 던져 버린 거… 선유도해수욕장에 버려진 애. 해변가에 쭈그리고 누워 있었거든. 그 비 오는데, 비 쫄딱 맞고도 그 자리에서 안 움직인 거예요.]
몸도 마음도,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돌봐온 보호소와 봉사자들.
저도 함께해봤습니다.
깨끗한 물도 주고, 밥도 주고.
[얘 나왔어요!]
사랑을 듬뿍 받은 건지, 사람에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강아지들.
[귀엽다 너.]
고양이들도 인터뷰하는 취재진 무릎 위로 올라와 내려갈 생각을 안 합니다.
안락사하는 대부분의 보호소와 달리, 이곳은 안락사도 일절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게 화근이 된 걸까.
좋은 소문이 퍼지자 전국 곳곳에서 버리러 왔습니다.
포화 상태가 된 보호소는 결국 처음으로 15마리를 안락사해야만 했습니다.
[김미애/자원봉사자 : 몇 년 동안 정말 열심히 해온 게 다 무너진 거거든요. 안락사가. 애들한테 제일 미안했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정말 미웠고. 다시는 안 하고 싶은데…]
하지만 두려운 건 지금부터입니다.
여름 휴가철만 되면, 늘 더 많이 버려졌기 때문입니다.
취재를 하는 순간에도 한 부부가 키우던 강아지를 안고 김해에서 찾아왔습니다.
[이정호/군산유기동물보호소 소장 : 저분들은 방송 보고 김해에서 데리고 온 거예요. 여기가 천국이니까 여기다 놓고 가려고.]
[자기가 키우던 강아지를 어떻게 두고 가.]
[김미애/자원봉사자 : 아기를 한 번씩 무나 봐요. 그래가지고 못 키우겠다고, 여기가 집보다 나을 거라고…]
이 주민들은 버려진 강아지를 구조해왔습니다.
[얘가 빗속에서 죽을 것만 같아서. 학대를 당했었나 봐요. 비가 오는데 눈도 안 보여. (상태가 어땠어요?) 말도 못 했어요. 털이 뭉쳐서 제가 다 잘랐어요. (피 나요…) 저도 한마디 하고 싶어요. 버린 사람들, 제발 진짜 그런 사람들 벌 받으면 좋겠어요.]
그 순간 걸려온 신고 전화.
[이정호/군산유기동물보호소 소장 : 빨리 가야 될 것 같아요. (무슨 신고예요?) 면사무소에 허스키 새끼 하나가 와가지고… 이리로 와 봐, 어디 보자. 목줄이 이렇게 있었어요? (우리 거예요, 줄만 있었고.) 내장칩 있나 확인하고 견주 있으면 찾아드리고 없으면 SNS에 올릴게요. (아니 놔두면 사고 날 거 같아서. (잘 가, 행복해야 해.) 자기 집 찾아가겠지.)]
보호자 정보가 담긴 내장칩, 과연 있을까.
[이정호/군산유기동물보호소 소장 : 칩 있어라. 없구나. 칩이 없어요.]
벌써 일주일 넘게 지났지만,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정호/군산유기동물보호소 소장 : (보호소 유기동물) 1천마리가 넘었어요, 올해만 벌써. 어마어마하게 갖다 버리는 거예요.]
결국 보호소는 두 번째 안락사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법으로는 동물을 버리다 적발되면 과태료 3백만 원 이하의 처분을 받습니다.
하지만 그런 처분 받은 사람,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지난해에만 13만 마리 넘게 버려졌지만 적발된 사람은 21명에 불과했습니다.
[김미애/자원봉사자 : 그러니까 동물보호법이 강화돼야 해요. 소수만 이렇게 '이러지 마세요, 이러지 마세요' 하는 게 아니라.]
[이정호/군산유기동물보호소 소장 : 해수욕장이었어요. 견주가 차에서 버렸나 봐요. 도로에다 버리니까 주인 따라가다 치인 거예요. 아이고, 천벌 받을 놈들 많아요.]
(영상그래픽 : 한영주 / 연출 : 홍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