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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사고 유발 '교통섬'…보행자도 운전자도 불안

입력 2020-07-1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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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교차로 앞에 보행자들이 신호를 기다릴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곳을 교통섬이라고 부릅니다. 시민들도 자동차도 안전하고 원활하게 다닐 수 있게 하자고 만든 건데,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연지환 기자가 찾아가 봤습니다.

[기자]

차량의 원활한 소통과 안전을 위해 보행자가 교차로를 건너기 전 기다릴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 바로 이 교통섬입니다.

교통섬 사이로 시민과 차량들이 뒤엉켜 지나가고 있는데요.

교통섬 과연 제기능을 하고 있을까요?

밀착카메라가 곳곳을 돌아봤습니다.

1990년대 집중적으로 만들어진 교통섬.

교통섬이 있으면 우회전하는 차는 교차로를 지나지 않아도 우회전 할 수 있습니다.

취재진은 교차로를 오가는 시민과 차량을 지켜봤습니다.

지나가는 차량에 보행자가 움찔하곤 그대로 뛰어서 건너갑니다.

건너가다 살짝 뒷걸음질 치기도 합니다.

보행자는 한참을 기다렸다 발을 뗍니다.

[복혜령/경기 군포시 산본동 : 지금 보고 건넜어요. 옆에 확인하고 건넜어요. 가끔 깜짝 놀라서 다시 뒤로 갔다가 갈 때도 있고.]

교통섬 사이를 보행자는 횡단보도로, 운전자는 도로로 생각하는 겁니다.

밤에는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보행자가 눈에 잘 안 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현희/서울 천왕동 : 안 서니까 손을 들고 잠깐 서달라 그래도 그냥 가버리더라고.]

차량 일곱 대를 보내고 나서야 간신히 건넙니다.

[이혜진/서울 천왕동 : 보통은 한 번씩 멈춰준 다음에 지나가야 하는 게 상식인데 그렇지 않고 바로 지나가니까 그럴 땐 저희가 보행자로서 위험을 느끼죠.]

취재진은 교통섬에서 우회전하는 차량 100대를 지켜봤습니다.

잠깐 멈춘 뒤 지나가는 차는 없었습니다.

[이륜차 운전자 : 횡단보도가 있다는 자체도 생각을 못 했고 눈에 띄지도 않았어.]

운전자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운전자 : 사람들이 좀 많이 지나가서 위험하기도 하고요. 안 보여요. 코너 돌 때 딱 보이거든요.]

지금부터 운전자의 시각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우회전하기 위해선 이 길을 계속 따라가야 하는데요.

그런데 우회전을 하려고 보니까 차량 오른쪽에 지하철역 출구가 설치되어 있고 나무가 심어져 있어서 교통섬으로 건너가는 보행자들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렇다 보니, 시야가 확보 안 되는 교통섬에선 사고가 나기도 합니다.

지난 5월 우회전하는 차가 교통섬 말뚝을 들이받았습니다.

민원이 잇따르자 공사에 들어갔습니다.

[공사 관계자 : 이거 횡단보도 옮길 거예요. 얘(승강기) 때문에 우회전하는 차량이 횡단보도가 안 보인대요. 얘를 옮길 수는 없고 차량 서행하기 위해서 작업을 하는 거죠.]

시야를 가리는 건 교통약자보호 구역에선 더 문제입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하교하는 어린이 보호구역입니다.

아이들의 평균 키가 150cm라면 이 정도 높이인데, 아이들의 시야에서 보면 울타리와 화단에 가려서 차량이 오는 걸 보기가 어렵습니다.

[김인자/어린이보호구역 반장 : 저기서 건너오는 사람 이리로 건너오고, 저기서 건너오는 사람 이리로 오고. 그러니까 여긴 꼭 서.]

교통섬 사이가 차량으로 꽉 차는 곳도 있습니다.

길이 비좁아져 우회전하는 차도 시민도 지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난해 말 서울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교통섬이 설치된 교차로는 500개가 넘습니다.

인구가 비슷한 도쿄나 런던보다 두 배 더 많습니다.

설문 조사에선 보행자 90%가 교통섬을 통행할 때 위험성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유경상/서울연구원 : 보행자 중심으로 교통정책을 가지고 가는 상황에서 원래 차량 소통을 목적으로 만들어 놓은 교통섬은 자꾸 보행자 사고가 발생하니까 차량 소통은 조금 안 좋아지더라도 사고 예방 측면에서 섬을 없애는 게 좋겠다고 제안한 거죠.]

건너편에 있는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어도 이렇게 앞을 지나치는 차들이 멈춰야 비로소 건너갈 수 있습니다.

시민의 보행권은 늘 우선되어야 합니다.

엉뚱하게 설치되거나 시야를 가리는 교통섬 때문에 보행권이 위협받아선 안 되겠죠.

차량 소통도 중요하지만, 불편을 주는 교통섬에 대해선 개선이 필요합니다.

(VJ : 박선권 / 인턴기자 : 이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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