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금부터 두달 전 숨진 스물한 살의 해군에 주목하겠습니다. 이형준 하사입니다. 이 하사는 2018년 11월, 우리 해군의 잠수함 구조함인 청해진함에서 큰 사고를 당한 뒤 후유증에 시달려 왔습니다. 정확한 사고의 원인을 놓고 지역 언론에서도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날의 진실은 여전히 수면 아래에 있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당시 청해진함에 탔던 해군들을 어렵게 만났습니다.
[해군 동료 (음성변조) : 어이없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제일 징계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 버리니까.]
묻혀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를 낸 겁니다.
우선 이 하사가 사망한 직후 해군 측이 유족에게 내놓은 반응, 정해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018년 11월 작성된 해군 '안전사고 발생 보고' 문건입니다.
청해진함이 포항항에 들어가다가 정박용 밧줄인 홋줄이 이형준 하사의 다리를 감아 사고가 났다는 겁니다.
이 하사는 양발이 모두 골절돼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이후 후유증으로 6번의 수술을 받으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김연옥/고 이형준 하사 어머니 : 피부도 다 잘려 나가고. 안에 뼈 하나 살아남은 게 없이 다 어그러져 있었어요.]
이 하사는 7번째 수술을 앞둔 지난 4월,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태진/고 이형준 하사 사촌형 : 몸이 완전히 피폐해진 상태에서 그날도 아침에 출근하려고. 멀쩡하게 일어나서 통화하다가 갑자기 '픽' 자빠져 버렸는데.]
당시 해군 군사경찰 보고서엔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는 군의관 소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군 측은 부검 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지난 4월 말, 유가족에게 이 하사의 죽음과 사고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해군 8전단장(준장) 녹취 : 홋줄 사고하고 이건 별개예요 아버님. 정확하게 알고 계세요. 홋줄 사고는 최초에 그냥 있었던 거고. 이 사망사고는 별개의 이야기잖아요?]
하지만 취재가 시작되자, 해군은 유가족에게 한 말과는 다른 해명을 내놨습니다.
"8전단장의 말은 해군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사고와 죽음 간에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사망 후 두 달이 지난 지난주 금요일, 이 하사는 순직 처리됐습니다.
[김연옥/고 이형준 하사 어머니 : 제대로 마음 놓고 군대를 보낼 수 있겠냐고. 이런 식으로 군대 가서 비참해지면 누가 군대를 보내겠어요. 다 불쌍하지.]
(영상그래픽 : 한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