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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야 이긴다"…'헝그리 정신' 과학적 규명

입력 2020-06-25 17:07 수정 2020-06-2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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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같은 수조 안에서 싸우는 제브라피쉬 두 마리. 빨간 원 속 물고기는 6일간 굶었고, 다른 쪽은 먹이를 충분히 섭취했다. 두 물고기의 서열 싸움은 6일 굶은 물고기의 승리로 끝났다. [사진 일본 이화학연구소 제공, TV 아사히 캡처]   사진 설명 : 같은 수조 안에서 싸우는 제브라피쉬 두 마리. 빨간 원 속 물고기는 6일간 굶었고, 다른 쪽은 먹이를 충분히 섭취했다. 두 물고기의 서열 싸움은 6일 굶은 물고기의 승리로 끝났다. [사진 일본 이화학연구소 제공, TV 아사히 캡처]

굶주림 등의 극한 상태에서 나오는 불굴의 힘을 뜻하는 '헝그리 정신'이란 말이 있죠.

이 '헝그리 정신'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연구 결과가 일본에서 발표됐습니다.

25일 TV 아사히에 따르면, 일본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은 배가 부른 물고기와 공복 상태의 물고기 사이에 벌어진 서열 싸움을 관찰한 결과, 공복 상태 물고기의 승률이 훨씬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서열 다툼을 많이 하는 물고기인 제브라피쉬 두 마리를 같은 수조에 넣었습니다.

한 마리는 먹이를 충분히 섭취한 상태였고, 다른 한 마리는 6일 간 먹이를 먹지 않은 공복 상태였습니다.

제브라피쉬의 서열 다툼은 패배한 한 마리가 수조 아래 쪽으로 몸을 낮추면서 승부가 결정됩니다.

이같은 실험을 여러차례 되풀이한 결과, 공복 상태에서 싸운 물고기의 승률은 76.9%, 배부른 물고기의 승률은 23.1%로 나타났습니다.

배가 고픈 물고기가 싸움에서 이길 확률이 3배 이상 높았습니다. 또 배 부른 물고기끼리의 싸움이나 배 부른 물고기와 배 고픈 물고기 사이의 승부보다 공복 상태인 물고기들끼리 싸웠을 때 승패가 결정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공복이 승부 근성을 자극하는 뇌 내 부분인 '수강핵(手綱核)-각간핵(脚間核)' 신경회로를 흥분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배 고픈 물고기들의 경우, 이 신경회로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쉽게 포기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는 겁니다.

또 식욕을 관장하는 신경 전달 물질인 오렉신도 의식을 깨우거나 집중력을 높여 신경의 흥분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것을 도왔습니다.

사회적 투쟁에서 쉽게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제어하는 뇌 내 신경회로가 '굶주림'이라는 조건에 따라 변화하는 구조를 밝혀낸 이번 연구는 24일 온라인 과학 잡지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게재됐습니다.

연구진은 "'수강핵(手綱核)-각간핵(脚間核)' 신경회로는 물고기는 물론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 등 모든 척추동물의 뇌에 존재한다"며 "향후 연구를 통해 인간이 굶주림 등 극한 상태에서 싸움을 포기하기 않는 힘인 '헝그리 정신'의 메커니즘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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