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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원 GTX 건설현장에 '멸종위기종'…정부 "공사 재검토"

입력 2020-06-16 21:42 수정 2020-06-17 18:30

GTX 앞 멸종위기 개구리…환경평가만 제대로 됐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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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 앞 멸종위기 개구리…환경평가만 제대로 됐어도


[앵커]

수도권의 교통 체증을 좀 풀기 위해서 GTX, 즉 수도권 광역 급행 철도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모두 세 개 노선이 확정됐고 지금 GTX-A 노선 공사가 한창입니다. 그런데 이 노선의 종점인 경기 파주에서 1급 멸종위기 동물 수원청개구리를 저희 취재진이 포착했습니다.

[얘(수원청개구리) 나무 뒤에 숨었다!]

일반 청개구리하고 생김새는 비슷한데 울음소리를 한 번 들어보시죠. 이렇게 멸종위기 1급 보호종이 뒤늦게 발견되면서 정부는 확인 절차를 거쳐서 공사를 멈추겠다고 했습니다.

먼저 고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고승혁 기자]

이곳은 GTX 차량기지 건설 현장에 있는 논입니다.

바로 뒤에 공사장이 보이는데요.

앞에는 이렇게 물이 찰랑찰랑 차 있습니다.

여기에서 논에서 번식하는 멸종위기종 1급 수원청개구리가 발견됐습니다.

GTX-A는 경기와 서울을 잇는 급행철도로 3조 원짜리 대형 국책사업입니다.

일반 지하철보다 깊은 지하 40미터에서 최고시속 200킬로미터로 달립니다.

정차역도 적습니다.

그런데 가장 빨리 착공한 A노선의 종점, 파주 차량기지 건설 현장에서 수원청개구리가 나왔습니다.

[김종범/아태양서파충류연구소장 : 멸종위기 1급입니다. 조사했을 때 파주 공릉천을 따라서 서식하는 걸 확인했습니다.]

사업자는 환경영향평가에 없다고 보고했는데 시민단체 출신 지역 주민이 한 달간 조사해서 찾았습니다.

[남인우/전 파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 소리가 일반 청개구리 소리랑 정말 달라요. 일반인도 쉽게 찾더라고요. (수원청개구리를) 못 봤다는 게 정말 궁금하고 의아스러웠던…]

수원청개구리를 찾을 땐 울음소리를 듣습니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구분하기 쉽습니다.

취재진도 기다린 지 3시간 만에 수원청개구리를 찾았습니다.

[얘 나무 뒤에 숨었다.]

그런데 사업자인 SG레일은 개구리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SG레일 관계자 : 발견됐는데 발견 안 됐다고 은폐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저희도 사실 (쉽게 발견된 게) 의아합니다.]

환경영향평가서를 승인한 정부는 뒤늦게 대책 수립에 나섰습니다.

[박시창/한강유역환경청 과장 : 공사를 즉시 중단하고 전문가 정밀조사 후 보호대책을 수립하도록 승인기관인 국토교통부에 요청하게 됩니다.]

지역 주민들은 2023년 말 개통을 기대하고 있는데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임병권/파주 주민 : 지연되는 건 안 좋을 것 같고요. 어차피 생활권 편의를 위해서 지어야 된다면 (안전 확보 후) 빨리 지었으면 좋겠어요.]

정부가 공사를 서두르며 사업자가 만든 환경영향평가서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단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이렇게 멸종위기종이 발견되면서 대형 국책사업이 멈춰 선 사례는 앞서도 있었습니다. 20년 전 사패산 터널이 그랬고 최근엔 제주 비자림로 확장 공사가 그랬지요.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오히려 공사가 늦어지고 비용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김도훈 기자가 분석해봤습니다.

[김도훈 기자]

2003년 지율스님의 단식으로 긴급 중단된 KTX 천성산 터널 공사.

꼬리치레도롱뇽 서식지가 문제였습니다.

사업은 6개월 중단됐습니다.

145억 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갔습니다.

최근 제주 비자림로 확장 공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뒤늦게 팔색조, 긴꼬리딱새 같은 멸종위기종이 발견되며 공사를 멈춰야 했습니다.

공사 전에 산양 서식지가 발견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아예 시작도 못 했습니다.

지금은 사업자가 국토부에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하면 환경부가 검토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이번 GTX-A 사업자는 현장에서 수원청개구리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영향평가서에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장을 찾은 취재진이 반나절도 안 돼 발견했습니다.

환경단체들은 개체 수가 많은 지역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주요 서식지임을 알면서도 사업을 승인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김종범/아태양서파충류연구소장 : 정부기관 용역으로 멸종위기종 증식 복원사업이었는데 전국적인 분포현황 조사를 한 적 있어요, 수원청개구리에 대해서.]

애초에 정확히 검증해, 보존 대책을 세웠다면 공사 중단을 걱정해야 할 상황은 없었을 거란 지적이 나옵니다.

거짓이나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서를 내도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현실도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김정수/환경안전건강연구소장 : (조사) 대행기관과 (조사한) 사람에 대한 처벌이 동시에 이뤄져야 부실 환경평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처럼 대형사업은 사업자가 아닌 정부가 직접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옵니다.

시민단체는 내일(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수원청개구리 보존 대책을 촉구할 계획입니다.

(영상디자인 : 최석헌·신하림·곽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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