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11일) 하루, 이 수비 하나가 야구팬들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홈런을 치고 점수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 야구에선 위기를 끝내는 극적인 호수비가 무명 선수의 이름을 널리 알리기도 하는데요.
온누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쭉쭉 뻗는 타구를 날리고 냅다 뛰던 박동원도, 홈을 노리던 주자 이정후도, 고개를 떨궜던 투수 김대우도 저절로 입이 떡 벌어진 순간.
한 점 뒤지던 키움, 박동원이 친 타구는 동점은 물론 역전까지 기대하게 했는데, 도저히 잡힐 것 같지 않던 공이 슈퍼맨처럼 날아든 박승규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습니다.
[오마이갓]
한참을 숨 가쁘게 뛰어와 기어코 잡아낸 공 때문에 야구장엔 놀란 표정만 가득했고 안타를 빼앗긴 선수 입에선 감탄사가 튀어나옵니다.
[미친 거 아니야?]
2회 초에도 홈런인 듯 날아온 공을 펄쩍 뛰어 잡아낸 박승규 때문에 2루로 뛰던 타자는 애꿎은 헬멧만 벗어 던지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경기 초반 두 차례나 위기를 막아낸 후배가 투수는 그저 기특합니다.
[와, 형 한 번만 안아줘.]
지난해 9라운드 82순위로 가까스로 프로 유니폼을 입고 올해 2군에서도 성적은 1할 7푼 6리.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듯했지만, 박승규는 스스로 인생의 반전을 일궜습니다.
선배의 부상 속에 잠시 서게 된 그라운드에서 깜짝 놀랄 호수비를 수놓고, 데뷔 첫 홈런에 끝내기 안타까지.
인상적인 활약들로 가치를 인정받은 겁니다.
[박승규/삼성 : TV에서 본 선수들이랑 이렇게 시합을 하니까 그게 가장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스무 살 박승규의 몸을 던진 활약에 팬들 기대감도 한껏 높아지고 있습니다.
(영상그래픽 : 박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