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년전 이 만남의 자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서울에 오겠다고 했지만 결국 답방은 이뤄지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 김정일 위원장이 다른 제안을 했던 것으로도 전해졌는데요. 두번째 정상회담을 러시아에서 하자고 했다는 건데 김대중 전 대통령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김선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2000년 평양에서 열린 첫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서울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2년 뒤, 김 전 대통령은 러시아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았습니다.
[김대중/전 대통령 : 러시아 땅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하되, 하는 것을 자기네가 주선하고 싶다…]
같은 해 4월, 임동원 당시 외교안보통일 특보가 방북했을 때도 김 위원장은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임동원/전 통일부 장관 : (김정일 위원장이)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만나면 좋겠다는 제의를 (김대중) 대통령님께 말씀드려라. 정상회담 하기 괜찮은 곳이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서울 답방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거절했습니다.
서울이 안 되면 제주도나 판문점이라도 와야 한다는 겁니다.
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꺼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대중/전 대통령 : 부시(정권) 들어와서 북한에 대해서 심지어 정권을 넘어뜨리려는 그런 태도까지 취하니까. 미군이 주둔하는 남쪽 내려오는 걸 꺼린 거죠.]
국내 보수 세력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대중/전 대통령 : 한국의 우익이라든가 이런 사람들, 군부 이런 데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
결국 김 위원장의 답방은 이뤄지지 않았고 아들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남측 구역을 찾을 때까지는 다시 16년의 시간이 더 흘러야 했습니다.
(화면제공 : 연세대 김대중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