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선수들이 한쪽 무릎을 꿇고 함께 앉았습니다. 지난 주말 K리그에서 나온 골 세리머니입니다. 미국에서 숨진 조지 플로이드는 우리 축구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도 '인종 차별'에 대한 아픈 기억을 되살렸습니다. '무릎 꿇기'를 금지했던 미국프로풋볼 NFL은 "우리가 잘못 생각했다"고 사과 성명을 냈습니다.
최하은 기자입니다.
[기자]
머리로 받아낸 공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와 아쉬웠는데 가슴으로 떨궈둔 공을 정확하게 차 진짜 골을 만들고 발만 툭 갖다대 추가골까지 만든 이동국.
41살에 한 경기 두 골이나 넣은 것도 놀라웠지만, 골을 넣은 뒤의 몸짓은 모두를 뭉클하게 했습니다.
왼발로 툭 차넣고, 뛰어올라 머리로도 받아넣고, 다시 왼발로 밀어넣으면서 세 번이나 골망을 흔들었는데 아리송한 판정 속에 한 골 밖에 인정받지 못한 에드가도 억울한 마음을 표출하기보다는 플로이드를 위해 무릎을 꿇었습니다.
4년 전 미국프로풋볼 선수 콜린 캐퍼닉이 평등을 부르짖으면서 시작한 몸짓은 이제 국경과 인종을 떠나 차별에 반대하는 전세계적 메시지가 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캐퍼닉은 이 행동 때문에 미국 대통령과 신경전을 벌였고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2017년) : 경기장 밖으로 내보내. 해고다!]
새 팀을 찾지 못해 은퇴한데다 '국가 연주 땐 똑바로 서야 한다'는 희한한 규정까지 NFL에 남겼습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무릎을 꿇지 말라 경고했지만 NFL 총재는 오히려 잘못을 인정하고 세리머니를 지지했습니다.
[로저 구델/NFL 총재 : 우리가 틀렸습니다. 앞으로는 선수들이 목소리를 내고, 평화적으로 저항할 수 있도록 격려하기로 했습니다.]
더이상 선수들의 목소리를 억누르지 않겠단 건데 굳이 이 세리머니를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향해, 오늘도 무릎꿇기는 이어집니다.
(영상그래픽 : 박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