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당시 현장의 책임자로 군 상황을 가장 많이 기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이 대대장은 주남마을 버스 총격사건에 대해서도 말을 했습니다. 폭도 진압 사건이라고 군 기록은 돼있는데 무장을 하지 않은 시민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지은 기자입니다.
[기자]
1980년 5월 23일.
계엄군은 광주 주남마을 앞길을 가던 버스에 무차별 사격을 가했습니다.
18명 중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이 중 2명은 인근 뒷산에서 총살을 당했습니다.
총상을 입은 여고생 홍금숙 씨만 살아남았습니다.
[홍금숙/'주남마을 사건' 생존자 : 막 콩 튀듯이 총 소리가 다다다다 하니까, 차 바닥에 내장이 쫙 퍼져서. (옆에 여고생은) 엉덩이 아파 죽겠다고 하는데 엉덩이가 없다는 거야 만지니까.]
총격을 가한 건 11공수여단 62대대 소속 부대원들이었습니다.
신군부는 이를 폭도를 진압한 사건으로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62대대장이었던 이제원 씨는 이들을 폭도로만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제원/11공수 62대대장 : 홍금숙이라고 알죠. 여학생이 경운기에 앉혀서 실려 왔더라고. 두 명은 숨이 까딱까딱하고. 야 빨리 헬기 불러라.]
부상자를 살려 보내려고 했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이제원/당시 11공수 62대대장 : 나는 얘네들(부상자 3명) 전부 다 보내려 그랬거든. 그래야지 CAC(전투교육사령부)에서 (시민군) 정보도 얻고.]
2명을 총살한 것이 자기 부대 책임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제원/11공수 62대대장 : (헬기로) 인계하라 그랬더니 그 옆에 7공수 군수장교가 있었대. 우리 아이들보고 '인마 뭐하러 얘들 데리고 왔어? 데려가 처리해' 라고. 나는 다 보내려 그랬는데 그 모양이 돼 버렸다고.]
생존자 홍금숙 씨가 JTBC에 설명한 당시 상황도 이제원 씨 기억과 거의 같습니다.
[홍금숙/'주남마을 사건' 생존자 : (어떤 군인이) 어쩌라고 이런 사람을 또 데리고 왔냐고 (하더라고요.) 오전에도 이렇게 데려오고. 부상자들 데려와서 나보고 어쩌라고 무전으로. (부상자) 호주머니에 있는 거 싹 꺼내라고 하더라고요.]
홍씨는 살기 위해 입을 다물었다는 이야기도 전했습니다.
[홍금숙/'주남마을 사건' 생존자 : 옆에 군인한테 혹시 둘 죽인 거 아니냐고 물으니까 그런 거 같다고. 나보고 절대 누가 뭔가를 물어봐도 알아도 몰라요, 몰라도 몰라요, 무조건 모른다고 하라고, 살려면….]
(VJ : 손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