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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참사 유족 "솜방망이 처벌이 이런 사고 반복되는 이유"

입력 2020-05-12 13:41 수정 2020-05-12 16:44

민주당 노동안전특위에 '원청 처벌 강화' 대책 건의
희생자 가족 변호사 "특별법 제정해서라도 국가가 먼저 배상해야"
유족들, 면담 마치고 화재 현장 찾아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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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노동안전특위에 '원청 처벌 강화' 대책 건의
희생자 가족 변호사 "특별법 제정해서라도 국가가 먼저 배상해야"
유족들, 면담 마치고 화재 현장 찾아 오열

이천참사 유족 "솜방망이 처벌이 이런 사고 반복되는 이유"

"솜방망이 처벌이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입니다. 원청에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 희생자 가족들이 12일 더불어민주당 노동안전특위를 상대로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건의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고를 재난 관련 법 제도를 정비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이달 4일 당 차원의 노동안전특위를 구성했다.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서희청소년문화센터 3층 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면담에는 유족들과 전혜숙 특위 위원장, 김용진 간사, 한정애, 송옥주, 김철민, 임종성, 김주영, 김철홍 위원 등이 참석했다.

박영수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과 박두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특위 외부위원 자격으로 자리했으며, 박화진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과 엄태준 이천시장도 동석했다.

유족들은 비슷한 산업재해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면서 대책 마련을 위한 여러 건의사항을 쏟아냈다.

한 유족은 "엄중한 책임자 처벌은 물론,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원청에도 책임 소재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족은 원청과 하청 구조의 공사 현장에서 일하기 위해선 개인 사업자로 등록해야 하는데 사고가 나면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산재보험금 지급이 '불승인'되는 경우가 많은 점을 지적했다.

그는 "하도급 업체 사장들이 어떻게 보면 일선 노동자들보다 일을 더 많이 한다"며 "모순이 바로잡힐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유족들 사이에서는 "조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 정부가 배상금을 유족들에게 먼저 지급하고 사고에 책임 소재가 있는 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희생자 가족들이 선임한 정민준 법률사무소 '마중' 변호사는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국가가 먼저 배상하는 문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사건은 단순한 산업재해가 아니라 다층적인 하도급 관계에서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하도급 업체들은 껍데기고 실질적인 공간을 지배하고 지휘하는 건 원청"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청은 희생자들과 근로관계를 직접 형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상 문제에서) 뒤로 숨는 모양새"라며 "하도급 등 작은 업체는 배상금 지급 능력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유족들은 이 밖에 공사 현장에서 안전 규정이 준수되는지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지자체에도 부여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올해부터 건축주가 발주 계약 시 시공사에 안전대책을 받아 돌봐야 할 의무를 갖게 되나 이번 현장은 발주 계약이 지난해 이뤄져 소급 적용이 어려운 부분에 대해 정부가 나서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

전혜숙 위원장은 "원청과 하청의 문제는 당에서도 파악한 가장 심각한 문제"라면서 "일선 노동자들만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여러분들의 건의 사항을 토대로 입법에 적용할 건 적용하고 정부에 건의할 건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특위는 오는 20일 유족들의 건의사항을 바탕으로 전문가 회의를 거친 뒤 이 내용을 유족들에게 공유할 예정이다.

특위는 이날 유족 면담을 마치고 불이 난 모가면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공사장으로 이동해 사고 현장을 점검했다.

희생자 가족 30여명도 면담을 마치고 버스 한 대를 이용해 현장을 찾았다.

이들은 물류창고 주변에 설치된 1차 통제선을 지나 건물 지하부 출입구 바로 앞에서 내부를 살펴봤다.

유족들은 애초 "경찰 현장 조사에 가족들도 참관하게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경찰은 안전상의 이유 등으로 내부 진입은 허용하지 않고, 출입구 바로 앞까지만 접근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생자의 가족들은 철골 구조물만 드러낸 채 까맣게 그을린 건물을 바라보며 서로 부둥켜 안고 한참동안 오열했다.

한 유족은 바닥에 떨어진 우레탄 조각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보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번 화재로 작업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한편,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발화 지점을 파악하기 위해 이날 오후 1시 40분부터 오후 3시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4차 합동 감식을 벌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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