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9일) 오픈마이크에선 30년째 전단지를 들고 딸을 찾아 헤매는 아버지 목소리를 담아왔습니다. 이름은 정유리, 초등학교 6학년이던 1991년 안산에서 실종됐습니다. 부모에게 5월은 먹고 사느라 어린이날 한 번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것만 떠오르는 잔인한 달입니다. 어린 딸 손을 잡고 갔어야 할 어린이대공원에 딸 손 대신 전단지를 움켜잡고 이제는 다 큰 딸이 행여 어린이날을 맞아 자식과 오진 않았을까 찾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유심히 봐주시길 바랍니다.
[기자]
온 가족이 모여 찍은 이 사진이 한 달 뒤 이렇게 쓰일 줄 아빠는 몰랐습니다.
[정원식/유리 양 아버지 : 잃어버린 자식을 찾고 있습니다.]
딸을 찾아 헤맨 지도 30년째.
그 사이 머리는 하얗게 세었습니다.
이제는 불법이란 걸 알면서도 지하철로 향합니다.
[정원식/유리 양 아버지 : 오늘은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죠.]
앞칸부터 끝칸까지 전단지를 돌려왔지만, 오늘은 바로 가로막혔습니다.
[정원식/유리 양 아버지 : 벌써 막혀버리네요. 광장에서 100장 돌릴 때 지하철에서 200장 돌릴 수 있어요.]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빠.
흔들리는 차창 사이로 유리가 사라진 곳이 보입니다.
[정원식/유리 양 아버지 : 이거, 이 자리 이 자리…]
여기서 사촌들과 놀던 유리가 사라진 건 1991년.
이제는 아파트 공사장으로 변했습니다.
[김순옥/유리 양 어머니 : 어떤 아저씨하고 아줌마가 언니 데리고 갔다고 바로 신발 신고 나와 보니까 아닌 게 아니라 없는 거예요.
[정원식/유리 양 아버지 : 검문해달라고까지 했는데 아침에 갔는데 모르더라고, 경찰들은. 오죽하면 그때 수사했던 사람들을 고발하려고 그랬어요.]
아빠는 혼자서 안 가본 데가 없습니다.
[정원식/유리 양 아버지 : (당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났잖아요. 이쪽 부근 산은 안 가본 데가 없어요. 손님으로 가장하고 들어가서 나이 제일 어린 애 물어보고. 유리 같은 애가 거기 있다고 그래서 (찾아가서) 내놓으라고 했다가 맞아죽을 뻔도 했었어요.]
요즘은 그래도 1년에 두 번씩 경찰과 함께 장애인 시설 등을 돌며 입소자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정원식/유리 양 아버지 : (표시된 곳은) 한 번씩 간 자리죠.]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정원식/유리 양 아버지 : 안 보여줘요. 안 보여주는 데는. 누가 자식을 잃어버리고서 왜 자기들한테 와서 그러냐…]
올해는 그마저도 코로나 때문에 미뤄졌습니다.
전단지는 밟히고 장난전화까지 오지만,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정원식/유리 양 아버지 : (대부분) 찾고 보면 부모들이 버린 줄 알아요. 나는 그게 아니잖아요.]
5개월 전만 해도 유전자 등록으로 32년 만에 아들을 찾은 부모가 있는 만큼, 아빠도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정원식/유리 양 아버지 : 우리 유리가 방송을 보고서 엄마 아빠가 찾는다는 거 빨리 알고서 어디 어느 경찰서를 가더라도 DNA 채취를 해주니까 유리가 DNA 채취만 하면 바로 만나거든요. 아빠 거는 다 돼있으니까.]
유리 같이 10년 넘도록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아동은 598명입니다.
[정원식/유리 양 아버지 : 유리가 받아보고서 '나 유리야' 하고서 '아빠' 하고서 그러면… 어디 있냐? 우리 빨리 만나자. 엄마 아빠 속 그만 썩이고…]
(영상그래픽 : 박경민 / 영상구성 : 홍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