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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빈 땅인데 뭐 어때' 공유지 멋대로 경작, 쓰레기 방치도

입력 2020-05-06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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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6일) 밀착카메라는 공유지들을 돌아봤습니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유지를 주인이 없는 땅이라고 생각을 해서 마음대로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농사도 짓고 쓰레기도 버리다 보니, 경관을 해치거나 환경을 오염시키기도 합니다.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충청도 금강 유역의 국토종주 자전거길.

자전거길 바로 옆으로 나 있는 자투리땅에 누군가 밭을 가지런히 갈아놓았습니다.

작물을 심기 위해서 최근에 이 밭을 갈아둔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쪽 귀퉁이엔 파도 심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쪽으로는 땅에 뿌린 것으로 보이는 가축 분뇨 퇴비 자루들도 버려져 있는데요.

그런데 이 땅은 개인 소유가 아니라 공유지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경작을 금지하고 원상복구를 명하는 푯말도 세워져 있습니다.

국가하천인 이곳에서 무단경작을 한 것은 공유재산법은 물론, 수질 오염 가능성 때문에 하천법까지 위반한 사항.

원칙적으론 경작자가 원상복구를 하거나 지자체가 대집행을 한 뒤 비용을 청구하지만, 누가 경작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강을 따라 상류 쪽으로 이동하니 이번엔 밭의 규모도 더 크고 비닐하우스에 가건물까지 있습니다.

개까지 여러 마리 기르고 있는 데다, 허수아비 등도 있는 모양새가 단순한 텃밭이 아닙니다.

지자체도 지적 관계를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단속은 하지 못한 채 농사만 보류시켰습니다.

이곳들도 공유지를 점용한 사례인데요.

전부터 농사를 지었는데 도로가 나고 하천이 개발이 되면서 이 지역이 공유지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전부터 농사를 짓던 사람들도 이점은 알고 있지만, 생계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A씨 : 전부터 여기 농사짓고 이 도로 나기 전에 저 땅에서도 농사지었는데… 그래서 올해만 하고 안 한다고. 저쪽도 보면 다 그래. 이쪽 너머로는 다 그래요.]

주민들 얘기론 사정이 다르긴 합니다.

[주민 : 저 사람들 맨날 그래요. 조금씩 조금씩 해서 크게 했는데, 여기 사람이 아니에요. OO에서 왔는데 자랑을 많이 해.]

점유 상황도 가지각색이라, 꼭 농사나 텃밭 일구기 뿐만은 아닙니다.

[CCTV 녹화 중입니다. 이곳에선 쓰레기를 버릴 수 없으니 되가져가세요. 위반 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경고 방송과 감식 카메라가 무색할 정도로 바로 뒤에는 4대강 사업 당시 쓰이던 트랙터 한 대가 장기간 방치되어 있습니다.

이것 역시 또 하나의 불법점유로 볼 수 있는데, 이 하천 구역을 점용할 수 없다는 푯말 자체도 이처럼 다 깨져버린 채 쓰레기가 되어서 나뒹굴고 있는 상태입니다.

감시카메라가 있어도 무용지물, 오히려 버리기 좋은 곳이라고 소문이라도 난듯한 모습입니다.

누군가 버린 퇴비는 군데군데 버려져 작은 동산들을 이뤘고 지독한 악취를 풍깁니다.

공유지 점유는 도시 한복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데, 개발 전의 공터가 주로 몸살을 앓습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나대지 한 곳에 군데군데 경작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습니다.

하지만 아랑곳 않고 밭을 일궈 양파와 쪽파, 콩 등이 자라고 있습니다.

여기서 만난 사람은 소일거리 삼아 텃밭을 일구는데, 과태료를 문 적은 없다고 합니다.

[B씨 : 저는 여기 6년 넘었거든요, 한 지가. 저기 아파트 들어선 데 저쪽에 거기 땅이, 여기는 별로 안 좋은데 거기는 진짜 좋았거든요. 지금 공원 있는 곳. 거기 1년 했거든요. 여기는 우선 다른 사람보고 지으라고 하고 거기를 했어요, 땅이 너무 좋아서…]

공유지 사용허가를 받지 않는 얌체 경작자를 단속하기 어려운 경우, 결국엔 땅을 갈아엎습니다.

갈아엎은 땅은 자연 원상복구를 기다리거나 지자체가 나서서 나무를 심기도 합니다.

땅을 놀릴 바에야 허가 장벽을 낮춰 활용할 수 있게끔 해주고 세금을 걷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양성화 주장도 일리 있지만 이런 공유지를 관할하는 주체가 전부 제 각각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관리 감독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요.

공유지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VJ : 최진 / 인턴기자 : 이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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