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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 있을 수 없었어요" 살수장비 챙겨 진화 나선 산불이재민

입력 2020-05-04 11:41

군부대 탄약고서 살수 작업…"도움 줄 수 있어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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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탄약고서 살수 작업…"도움 줄 수 있어 다행"

"앉아 있을 수 없었어요" 살수장비 챙겨 진화 나선 산불이재민

"당해본 사람만이 안다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손수 마련한 살수 장비를 챙겨 들고 지난 1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에 참여한 산불 이재민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속초시 장사동에서 폐차장을 운영하는 김재진(56)씨.

그는 지난해 4월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서 발생한 산불에 사업장 전부를 잃었던 이재민이다.

김씨는 근로자의 날로 휴일이던 지난 1일 저녁 고성에서 또 산불이 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산불 발생 지역이 자신의 공장에서 거리가 다소 떨어진 곳이었지만 산불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김씨는 불이 공장을 덮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즉시 직원들을 불러 모아 지난해 산불 이후 400여만원을 들여 구입한 고압 살수 장비를 이용해 공장 주변에 물을 뿌렸다.

지난 1년간 간신히 복구한 건물과 차고지에 적치해 놓은 폐차량에 살수 작업을 마친 김씨는 잠시 짬을 내 고성경찰서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산불 상황을 물어본 뒤 '진화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을 전했으나 '지금은 그리 급한 상황이 아닌 것 같다'라는 답변에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얼마 후 "군부대 탄약고가 위험하니 장비가 있으면 그쪽에 도움을 좀 부탁한다"는 친구의 전화가 걸려왔다.

김씨는 지체 없이 살수 장비와 물을 가득 채운 대형 탱크 2개를 차량에 싣고 직원 4명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했다.

밤 11시 30분께 현장에 도착한 김씨는 기다리고 있던 경찰 순찰차의 도움을 받아 부대 안으로 들어가 먼저 도착한 소방차들과 함께 울타리 넘어 탄약고 주변에 물을 뿌렸고 타지역에서 투입된 소방차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소방장비가 대폭 보강된 새벽 2시께 현장에서 철수했다.

김씨는 "이제는 산불 하면 겁부터 난다"며 "지난해 어려웠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집 한 채라도 보호해 주고 싶어 친구에게 전화했고 작지만, 탄약고 방어에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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