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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의 프레임에 갇힌 우리 아이들을 구하라"

입력 2020-04-2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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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의 프레임에 갇힌 우리 아이들을 구하라"

"나는 집안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도 엄격히 제한한다. 대신에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아버지'로 통하는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만든 제품을 아이들이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저녁이면 부엌의 긴 식탁에 아이들과 같이 빙 둘러앉아 식사하며 책과 역사를 토론하며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눴다.

스티브 잡스뿐 아니다. 첨단 기술과 전자기기, 애플리케이션 등을 만든 실리콘밸리 IT 기업가들에게는 일상사였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그랬고, 트위터 공동 창업자인 이완 윌리엄스 또한 그러했다. 이들은 스마트폰을 포함한 각종 전자기기와 애플리케이션 남용이 특히 아이들에게 위험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전자기기가 줄 수 있는 중독성을 일찍이 간파한 것이다.

연구 결과들도 이를 뒷받침한다. 2018년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국 청소년들의 행복지수가 2012년을 기점으로 갑자기 떨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도 끝났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뜻밖이었다. 연구팀은 그 원인을 스마트폰에서 찾았다. 그해 미국 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50%를 넘어서며 기현상이 나타난 거다. 하루에 5시간 이상 스마트폰에서 활동하는 학생은 1시간가량 하는 학생보다 2배 이상 불행하다고 느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퓨 리서치가 세계 27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조사 결과에 의하면, 스마트폰 사용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한국이었다. 보급률은 무려 95%. 사실상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 이는 선진국 중간값인 76%보다 20%가량 더 높은 수치다.

휴대폰을 대하는 나이 또한 급속히 빨라지고 있다. 한 시장조사 기관에 따르면, 첫 휴대폰을 갖는 아이의 평균 나이는 2016년 기준으로 10살에 지나지 않았다.

스마트폰 과의존은 전에 없던 부작용을 낳기 시작했다. 뇌 발달이 본격화하는 10대 청소년에겐 더욱더 그러했다. '과의존 증후군'이란 스마트폰 사용 통제력을 상실하거나 일상생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치료센터를 만들었고, 영국은 의원들이 앞장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김대진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 교수는 신간 '청소년 스마트폰 디톡스'를 펴내 "스마트폰을 비롯해 디지털기기의 과사용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 공존질환을 비롯해 우울, 분노, 불안 등 부정적 정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한다. 아이들의 부정적 정서와 디지털 과의존 사이에 상관관계가 깊다는 것이다.

그는 스마트폰 과사용이 청소년들의 뇌 성장에 치명적이라고 경계한다. 스마트폰에 중독되면 전두엽 등 뇌의 주요 부위가 줄어들면서 정상적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얘기. 청소년기에는 기억력과 사고력 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한창 성장하는데, 스마트폰 과다 사용이 이를 방해해 아이들 사고력과 언어능력, 공감능력을 떨어뜨리고 충동적 행동마저 일으킬 수 있다고 역설한다. 중독이 넘치는 사회에 행복이란 없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게임, 유튜브, SNS 등 온갖 디지털 미디어가 넘쳐나는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 저자는 양육자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부모가 스마트폰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깨닫고 그 사용에 대한 모범을 보이고 규율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스티브 잡스가 집안에서 자녀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엄히 제한한 가운데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었던 것은 디지털 중독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독사회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균형과 조화'다. 김 교수는 스마트폰 사용에도 균형과 조화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균형, 공부와 놀이의 균형, 일상의 균형이 이뤄졌을 때 진정한 '청소년 스마트폰 디톡스(해독)'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스마트폰의 종이 될 것인가, 아니면 주인이 될 것인가. 이는 성찰과 선택, 그리고 의지의 문제다.

"뇌는 강렬한 자극에 쉽게 열광한다. 똑같은 자극이 반복되면 뇌는 하품을 하면서 더 강하고 큰 자극을 원한다. 이것이 중독의 시작이다. 중독에 빠지면 뇌의 구조와 기능도 변한다. 중독은 우리에게서 생각하는 능력을 뺏어간다. 생각을 하지 못하니 그저 반응만 남는다. 강한 자극에 반응하면서 조절과 균형의 능력을 잃어간다."

"자존감이 낮은 이들에게 SNS는 편한 장소다. 특히 어른보다 아이나 청소년들이 SNS에 빠질 위험이 크다. 이들은 친구나 팔로워가 얼마나 많은지, '좋아요'나 '별풍선'을 누른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자신의 존재감을 평가한다."

"비교와 경쟁도 경계해야 한다. SNS 부작용 중 하나는 늘 연결돼 있어 남들과 비교하거나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찾는 데 골몰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사회적 비교와 질투의 토대를 제공하는 SNS에 노출될수록 스마트폰을 더욱 손에 쥐고 있을 수밖에 없다. 친밀한 상호작용이 단절되고 되레 현실 세계에서 소외와 단절을 불러온다면 우리는 SNS를 계속해야 하는가?"

중독문제연구 전문가로 한국중독정신의학회 특임이사이기도 한 저자는 인터넷게임과 스마트폰 중독을 포함한 행위중독과 알코올, 니코틴, 마약 중독 등을 비롯한 약물중독을 연구하면서 그동안 90여 편의 논문을 출간했다.

생각속의집. 288쪽. 1만6천800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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