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텅 빈 축구장엔 들어오지 못한 팬들의 사진을 붙여놨습니다. 관중이 없는 야구장엔 치어리더들의 응원가가 대신 울려 퍼집니다. 코로나19가 만든 무관중 경기에서 팬들의 환호가 사라진 곳엔 톡톡 튀는 응원이 들어차고 있습니다.
온누리 기자입니다.
[기자]
환호의 순간, 선수들은 손 대신 발을 맞댑니다.
숨은 답답하지만 마스크를 쓴 심판도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감염병의 시대, 확 바뀐 야구장.
무엇보다 가장 크게 변한 건 관중이 없는 낯선 환경입니다.
홈런과 호수비 때마다 터져 나오던 함성은 사라졌고, 공을 제대로 못 잡고 더듬는 실책의 순간, 생각 없이 뛰어버린 어이없는 장면에도 실망한 팬들의 탄식을 들을 수 없습니다.
누구를 위해 뛰어야 하나, 선수들은 의기소침할 수밖에 없는데 고요한 야구장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한 묘수가 하나둘 나옵니다.
경기장 밖에서 중계 화면으로 야구를 볼 수밖에 없는 팬들은 야구장의 대형 전광판을 통해 선수들을 응원하고, 팬들 빈 자리를 대신해 흥을 돋우는 치어리더들은 목이 터져라 노래하고 춤을 춥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오히려 팬들에게 어떻게 하면 다가설 수 있을까 고민하게 만듭니다.
경기를 하면서 팬과 선수가 소셜미디어로 소통하는 방식도 시도하고, 경기가 없는 선수는 직접 해설에 나서 생생한 뒷얘기를 들려줍니다,
[송승준/롯데 : 어휴, 두 명의 거구의 선수가 힘들게 뛰어들어오는데 포수 세 명이 한꺼번에 서 있는 것을, 저는 처음 봅니다.]
해외 스포츠 역시 기상천외한 응원을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만 야구에선 로봇 마네킹을 관중석에 세웠고, 연기된 독일 축구에선 빈 좌석에 팬들 사진을 붙일 계획입니다.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흥겨운 응원의 순간, 언젠가 돌아올 그 날을 기다리며 팬도 구단도 낯선 도전에 뛰어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