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 외국인 노동자가 불이 난 원룸 건물에서 이웃 주민을 구하려다가 화상을 입었습니다. 다행히 치료는 받았지만 불법 체류자라, 곧 한국을 떠나야 하는데요. 한 이웃이 그가 한국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의상자 신청을 냈습니다.
조승현 기자입니다.
[기자]
카자흐스탄 국적의 28살 알리 씨는 지난 2017년 한국에 와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지난달 23일 밤, 자신이 살던 강원도 양양 원룸에 불이 났습니다.
알리 씨는 건물 외벽에 있는 이 가스관을 타고 한 가닥 TV유선줄에 의지해 불길이 치솟는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50대 여성을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여성은 끝내 숨졌지만, 알리 씨가 불이 난 사실을 알려 주민 10여 명이 무사히 대피했습니다.
[알리/카자흐스탄인 : 사람은 살려야겠다. 내가 그냥 가만히 있는 건 싫었어요.]
알리 씨는 목과 등, 손에 큰 화상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불법체류자여서 치료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옆 건물에 사는 장선옥 씨가 사연을 들었습니다.
알리 씨를 화상 전문병원에 입원시키고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치료비 700만 원을 댔습니다.
출입국사무소에 자진 신고를 하게 하고 의상자 신청도 내줬습니다.
[장선옥/강원 양양군 손양초 교감 : '알리가 대한민국에서 우리 이웃으로 살게 해주세요' 하고 했어요.]
지난 2017년 경북 군위에서 90대 할머니를 구하다 다친 스리랑카인 니말 씨가 의상자로 인정받고 영주권도 얻었습니다.
알리 씨는 다음 달 1일 한국을 떠나야 합니다.
장씨는 알리 씨가 제2의 니말이 되길 바란다며 편도가 아닌 왕복 항공권을 건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