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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진료소 '신천지 우선 지침'에 밀려…대구시민 불안한 일상

입력 2020-03-01 13:23

"1339나 보건소는 연결 안 돼"…병원도 못 가고 떠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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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9나 보건소는 연결 안 돼"…병원도 못 가고 떠돌아

"그건 신천지 신도가 대상이에요. 신천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신천지 교인이 아닌 대구 일반 시민들은 오도 가도 못하는 불안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고령인 부모 모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 치료를 받는 박모(40)씨는 지난 1주일을 되돌아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는 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80대 아버지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밀접접촉자인 모친의 검사를 왜 제대로 해주지 않냐고 항의하려고 보건소에 전화했다가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감기 증상이 있는 대구시민이면 검사받을 수 있다는 홍보는 뭐냐"고 묻자 보건소 직원이 "그건 신천지 신도에 해당하는 경우"라며 "지침이 그렇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보건소 직원 얘기는 현 상황에서는 의심 환자 모두를 검사할 수 없기 때문에 역학적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으면 검사를 해줄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이었다.

고령인 박씨의 부모 모두 기저질환이 있는데도 신천지 교인 등이 아니라는 이유로 선별진료소에서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

부친은 폐암과 대장암 수술 이력과 당뇨가 있다. 70대인 모친은 고혈압, 당뇨 등을 앓고 있다.

모친은 지난주 부친이 확진 판정받기 전에도 의심 증상을 호소해 검사를 받으려고 했으나 재차 거부당했다.

보건소 직원은 박씨에게 "모친은 (아버지가 확진 판정받기 전인) 당시에는 검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신천지 교인이 아닌 박씨 부모는 결국 둘 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수일에 걸쳐 자가격리됐다가 각각 다른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박씨는 "천운이 따라 부모님 모두 병원으로 이송됐긴 하지만 시기적으로 늦었다. 아버지 상태가 위중하다"며 "일반인 피해자가 더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반인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못하거나 치료받지 못한 채 방치당하는 상황은 대구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는 김모(35)씨는 나흘째 고열에 시달리는 모친을 선별진료소는 커녕 병원에도 모셔가지 못하는 처지다.

김씨는 "보건소 선별진료소로 전화해 예약하고 가야 한다는 데 전화 자체를 받지 않는다"며 "모친이 평소 기저질환으로 고혈압을 앓고 있어 불안감은 더 크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엄마가 열이 나지 않고 기침만 할 때 보건소와 운 좋게 연락이 닿았지만, 며칠 뒤 열이 나면 다시 예약을 잡으라고 했다"며 "차라리 열이 난다고 그때 거짓말을 해야 했다"고 했다.

검사를 받고 결과를 통보받기까지도 하세월이다.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검사 뒤 결과 통보 시간은 6시간이다.

그러나 지역 보건환경연구원에 검체가 밀려 최근 보건소 등 선별진료소에 통보가 오기까지 최소 2∼3일이 걸린다.

결과가 나오면 유선 전화나 문자로 통보해준다.

수성보건소 관계자는 "양성반응이 나타난 사람부터 통보하기 때문에 음성 판정받은 사람들은 통보가 더 늦어질 수 있다"며 "기다리는 마음은 똑같은데 어쩔 수 없어 죄송하다"고 했다.

주말마다 북새통을 이루던 지역 중형 소아전문병원은 텅텅 비었다.

열이 나면 우선 병원 안에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다.

간호사 A씨는 "환절기마다 감기로 아픈 그 많은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다"며 "집에서 일반 해열제로 치료하며 버티고 있을 것 같아 안타깝다"고 걱정했다.

약국 한 관계자는 "아예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니 가정용 호흡기 치료기 문의도 늘고 있다"며 "스스로 해결하려는 시민들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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