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대 황교안'의 4·15 총선 빅매치가 성사된 후 첫 주말인 9일 서울 종로에서는 양측의 치열한 유세 경쟁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저마다 종로 일대를 훑으며 본격적인 표밭 다지기에 들어갔다.
이 전 총리는 자신이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리더'임을 부각했고, 황 대표는 자신이 '현 정권을 심판하고 나라를 바로잡을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종로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종로 맞춤형 '4대 공약'을 제시했다. 10일가량 종로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한 뒤 도출한 우선 과제라고 했다.
빽빽이 적은 메모장을 꺼낸 이 전 총리는 ▲ 청년이 돌아오는 종로로 탈바꿈하기 위한 교육·보육·주거환경·산업의 변화 모색 ▲ 용산-고양 삼송 구간의 신분당선 연장 추진 및 교통 문제 선(先) 해결 뒤 광화문광장 조성 ▲ 전통·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역사문화도시로의 발전 ▲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재생사업 재추진 등 4가지 공약을 발표했다.
이 전 총리는 "4·15 총선을 종로와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출발로 삼고자 한다"면서 "다른 후보들과도 그것을 위한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선언한 지난 7일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고 밝힌 점을 언급한 뒤 "경쟁이라는 말을 논의라는 말로 바꿨다"며 "제대로 된 정책 선거를 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도시환경정비구역 사직2구역을 둘러봤다. 이 전 총리의 공약 중 전통·현대의 조화 및 삶의 질 제고를 이행하기 위한 행보였다.
이곳은 지난해 4월 대법원이 서울시의 도시환경정비구역 직권해제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하면서 사업 재개가 가능해진 지역이다.
이 전 총리는 정영미 재개발조합장 등을 만나 "행정적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가야 할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방안을 짜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초 정부가) 지키려던 가치는 무엇이었는지,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이렇게 방치될 정도인지 가치의 비교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황 대표도 종로 일대를 돌며 표밭갈이에 나섰다.
이날 황 대표의 첫 행선지는 종로 '젊음의 거리'였다. 젠트리피케이션(도심 지역의 임대료 급등으로 나타나는 공동화 현상)에 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상권이 활기를 잃은 곳이다.
이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가 "(임대료를 못 내고) 새벽 도주하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하자 황 대표는 "종로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종로구) 창신동에 호남 사람이 많다"는 중개업자의 말에 개신교도인 황 대표는 "(오늘) 제일 먼저 창신동에 있는 교회 들러서 예배하고 왔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업자는 "(한국당에 비우호적인) 호남 사람 전향시키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황 대표는 젊음의 거리를 떠나 종로구 혜화동에 있는 성균관대학교 캠퍼스를 찾았다. 황 대표는 성대 법대 출신이다.
황 대표는 이날 종로 지역을 둘러보고 나서 취재진에게 "요즘 경제가 어렵다. 특히 종로 경제가 어렵다고 들었다. 관광객도 줄고,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수익성이 나지 않으니까 빈집들이 자꾸 많아진다"며 "종로의 경제가 어떤지, 내가 잘 알고 있는 이 지역의 변화를 보기 위해서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종로의 경제를 살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을 한다. 가는 곳 구석구석 문 닫은 점포가 너무 많다. 그런 것들이 다 정상화될 수 있도록, 종로 경제를 살리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이 나온 경기고 옛터와 성대를 방문한 소감에 대해선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고등학교와 대학교이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이라며 "우리 사회가 많이 흔들리고 있는데, 하루빨리 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나라를 바로 잡겠다"라고도 했다.
두 사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사태를 염두에 둔 듯 마스크를 쓴 채 조심스럽게 유세에 임했다.
하얀 마스크를 쓰고 '뚜벅이 유세'를 한 이 전 총리는 시민들을 만나면 잠시 마스크를 벗고 묵례를 했다. 악수는 따로 하지 않았다.
황 대표 역시 정독도서관을 방문할 때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