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 굴착기 운전자가 주유소를 들어가려다가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사고가 났습니다. 인도보다 턱이 낮은 진출입로였습니다. 평소에도 큰 차들이 자주 오가는 곳이지만 '주의하라'는 안내판 달랑 하나뿐이었습니다.
이수진 기자입니다.
[기자]
도로를 달리던 대형 굴착기가 차선을 가로질러 주유소로 들어갑니다.
한 초등학생을 치었지만, 이를 모르는 듯 굴착기는 멈추지 않습니다.
결국 이 학생은 숨졌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신월동의 한 주유소 차량 진출입로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목격자 : 심폐소생술 하니까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나더라고. 그게 마지막인 거 같더라고.]
굴착기 운전자는 "학생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고,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입니다.
사람들이 지나 갈 수 있는 곳이지만 이렇게 주유소가 안쪽에 있다 보니 제 앞으로도 차가 지나다닙니다.
몇 걸음만 더 가볼까요.
이곳은 차 안에서 음식을 주문 할 수 있는 곳인데요.
이렇게 사람과 차가 뒤엉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턱이 조금 낮다는 것 외에 다른 보행자 도로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도로점용 허가를 받아서 차도 사람도 다닐 수 있는 곳이지만, 보행자 입장에선 인도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주의하라는 표지판은 차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인근 주민 : 몇 년 전에 주변 사는 아가씨였어요. 그때도 굴착기가 (치여서 숨졌어요).]
이곳들을 포함해 300m 이내 차가 인도를 가로지르는 진출입로는 모두 5곳인데, 말뚝이나 경보장치가 있는 곳은 1곳 뿐이었습니다.
지난 2018년 반사경이나 경보장치 같은 안전시설을 설치하도록 법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법이 개정되기 전 도로점용 허가를 받아놓은 곳에는 소급해 적용하지 않습니다.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시설'에만 강제할 수 있어서 구청도 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없다고 했습니다.
[구청 관계자 : (위험하다는) 민원이 들어와서 구조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면 공문만 보내는…]
규정이 그나마 나아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운전자와 보행자가 얼마나 주의하느냐에 안전을 의존해야하는 실정입니다.
(영상디자인 : 김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