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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안정됐는데 무더기 사표…공항 보안 검색요원에게 무슨 일이

입력 2020-01-10 11:02

보안 검색요원 "책임은 막중·처우는 열악…식사 시간 고작 20분"
"매뉴얼 지키면 지연사태…보안 뚫리면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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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검색요원 "책임은 막중·처우는 열악…식사 시간 고작 20분"
"매뉴얼 지키면 지연사태…보안 뚫리면 책임"

고용안정됐는데 무더기 사표…공항 보안 검색요원에게 무슨 일이

"공공기관은 책임은 없고 권한은 막강합니다. 하지만 보안 검색요원은 권한은 없고 책임만 주어집니다."

용역업체에서 한국공항공사 자회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동료 퇴사를 지켜본 공항 보안 검색요원 A 씨 말이다.

보안 검색요원 10%가량이 퇴사하면서 연초부터 김포, 제주, 김해 등 전국 주요 공항이 혼란스럽다.

퇴사자들은 대부분 정부의 공공기관 정규직화 추진에 기대를 걸었던 20∼30대 청년들이다.

애초에 바라던 직접 고용 형태는 아니었지만 3년마다 재계약을 했던 불안정한 용역업체 소속 신분보다 자회사가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 개선됐다.

하지만 취업난 시대에 청년들은 직장을 박차고 나갔다.

어떻게 된 일일까.

◇ 항공 보안 책임지는 막중 임무…현실은?

출국 수속 후 출국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거치는 과정이 있다.

바로 보안 검색이다.

보안 검색요원은 항공 보안법에 근거해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승객 짐과 수화물을 검색해 항공 운항에 위협을 주는 물품이나 금지 물품 반입 등을 꼼꼼하게 검색하는 직업이다.

공항 보안 검색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9·11 테러부터다.

2001년 9월 11일 테러범들이 4대의 항공기를 납치해 동시다발적인 자살 테러를 한 사건으로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이 무너졌다.

이후 미국은 보안 검색요원을 국토안보부 산하 교통보안청(TSA) 소속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항공 테러가 발생하지 않았던 이유에서일까. 우리나라 항공 보안은 흐름을 역행했다.

IMF 이후 확산한 비용 절감 논리가 팽배하던 시절 2001년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했고 항공 보안법이 개정됐다.

항공 보안 업무를 경찰이나 청원경찰이 아닌 사법권이 없는 특수경비가 맡을 수 있도록 했고 용역업체에 이를 외주화 할 수 있게 됐다.

이후 보안검색대 한국공항공사에서 하청을 받은 용역업체가 담당했다.

보안 사고가 나면 용역업체가 가장 먼저 책임을 떠안았다.

항공 보안 노동자들은 연초 공항이 붐비는 사태로 언론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수십년간 중책을 맡았지만, 열악했던 처우와 노동실태를 비로소 외부에 알리게 됐다.

한 보안 검색요원은 "정규직화된다고 한국공항공사 직원들과 같은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며 "막중한 책임이 뒤따르는 직업인 만큼 그에 걸맞은 대우가 필요한데 공항 공사 자회사 소속으로 바뀌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 "자회사 전환돼도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죠"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추진에 대한 응답으로 한국공항공사는 직접 고용이 아닌 거대한 자회사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김포·김해·제주 공항 보안 검색요원 80여명이 퇴사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이들의 퇴사 이유가 근무자 처우와는 큰 상관이 없고 실업급여, 퇴직금 등이 이유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본질적인 문제는 자회사로 전환돼도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을 거라는 회의적인 시각 때문이었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실제 공항과 항공 안전 중책을 맡은 보안 검색요원들은 연초 공항 혼잡사태로 공론화된 처우 문제에 대해 "이제는 바뀌어야 하기에 용기를 내본다"며 근로 실태를 조심스럽게 알려왔다.

현직 보안 검색 요원 B 씨는 "20분씩 하루 2번 휴식 시간이 주어지는데 20분 안에 식사하려면 대부분 편의점 음식이나 라면,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운다"며 "화장실을 갈 때도 선임에게 허락을 받아 순서대로 이동한다"고 말했다.

C 씨는 "공항 보안 중책을 담당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입사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며 "승객 10년 사이 2배 이상 늘었는데 근무자는 오히려 줄었다. 자회사로 전환되면 이런 부분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도 물거품이었다"고 말했다.

D 씨는 "혼잡시간 보안 검색 매뉴얼을 100% 지키면 항공기가 줄줄이 지연돼 여기저기서 민원이 빗발친다"며 "그렇다고 보안사고가 나면 책임은 고스란히 근로자들 몫"이라고 말했다.

보안 검색 요원들은 이런 이유로 신규 입사자들 절반 가까이가 평균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를 결심한다고 전했다.

보안 업무 특성상 2달간 교육을 이수해야 업무에 투입될 수 있기 때문에 결원이 생기면 보안 업무에 큰 차질이 생긴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안 검색요원과 간담회에서 여러 애로사항을 접수했다"며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무엇인지 신중히 검토해서 우선 법적 테두리 내에서 여러 가지 방법을 찾을 계획"이라며 "이와 관련한 중장기 대책도 함께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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