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강원산불' 원인된 고압선 절단…한전 전선관리 여전히 '안일'

입력 2020-01-09 14:39

전선 고정해 절단 방지하는 '클램프 장치' 부실한데도 미개선
산불위험시기 불꽃발생 우려에도 재폐로 작동중단 3년간 3% 불과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전선 고정해 절단 방지하는 '클램프 장치' 부실한데도 미개선
산불위험시기 불꽃발생 우려에도 재폐로 작동중단 3년간 3% 불과

'강원산불' 원인된 고압선 절단…한전 전선관리 여전히 '안일'

지난해 4월 대규모 피해를 낳은 강원도 고성·속초 산불이 고압전선 절단으로 인한 화재였던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전선 관리는 여전히 부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은 강원산불 이후인 지난해 5월 특별점검에서 전선 불량 사례가 나왔지만 감사원이 점검한 9월까지도 방치하는 등 안일하게 대응한 것으로 나타나 강원산불 같은 인재(人災)가 또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감사원은 '전력공급시설 안전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9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강원 산불 등을 계기로 전력공급시설의 안전성과 관리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이뤄졌다.

감사 결과, 변전소를 거친 전기를 최종 전기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배전선로' 관리가 부적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1972년부터 고압전선을 전주에 고정하기 위해 볼트와 너트로 구성된 '볼트조임형 클램프'를 사용하고 있다.

클램프는 시간이 지나면서 너트가 헐거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볼트와 너트 사이에 '스프링와셔'를 설치해야 한다. 스프링와셔가 없으면 클램프가 전선을 잡아주는 힘(유지력)이 떨어지고 진동 등을 차단하지 못해 전선이 절단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한전은 내부지침을 통해 클램프 결함 여부를 확인하게 하면서도 구체적인 확인 방법은 제시하지 않아 점검이 부실하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한전 속초지사가 지난해 4∼5월 실시한 배전선로 특별점검 사진을 분석한 결과, 클램프 체결에 결함이 있는 전주가 최소 16개 있었는데도 한전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었다.

감사원이 지난해 9월 이들 16개 전주 중 8개를 임의 선정해 점검했을 때도 8개 전주 모두에서 클램프 체결 불량이 확인됐다. 특별점검 이후에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또 감사원이 전주에 사용된 클램프 9개를 무작위로 수거해 한국전기연구원에 유지력 시험을 의뢰한 결과, 외관상 정상인 클램프의 경우에도 유지력이 기준값의 35.8∼79.6%에 불과했다.

한국강구조학회는 '클램프 유지력이 일정 수준 이상 줄어들면 예상치 못한 힘과 진동이 전달돼 마찰로 인한 손상(마모피로)을 일으켜 결국 전선이 끊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감사원에 제시했다.

앞서 강원지방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고성·속초 산불이 고압 전선이 끊어지면서 발생한 불티가 주변 마른 낙엽 등에 옮겨붙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강구조학회는 고성 고압선 절단사고의 경우에도 해당 전선의 클램프 유지력이 기준값보다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감사원에 밝혔다.

감사원은 한전 사장에게 클램프 체결 상태와 유지력을 점검하고 문제가 발견된 클램프는 교체 또는 보수·보강하라고 통보하는 한편, 배전선로 관리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한편 한전의 산불위험시기 배전선로 사고 예방조치도 부적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은 배전선로의 순간적인 고장이 불필요한 정전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재폐로'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재폐로는 배전선로 고장으로 차단기에 의해 전력이 차단될 경우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최대 3회까지 자동으로 전기를 보내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전선이 절단 등 영구적으로 고장 난 상황에서는 재폐로 작동이 '전기불꽃'(아크)을 발생 시켜 화재 또는 감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전력설비 고장으로 대형산불을 경험한 미국·호주 등지의 전력회사는 날씨가 특히 건조한 시기에 재폐로 작동을 중지하고 있다.

한전 역시 2004년 3월 고압전선 절단으로 발생한 속초 청대산 산불을 계기로 2005년부터 산불위험지수가 81 이상이면 재폐로 운전을 정지하도록 했다.

그런데 한전 지역본부가 2016∼2018년 3년간 산불위험지수가 81 이상이었던 3만7천657건 중 재폐로를 중단시킨 사례는 3%(1천143건)에 불과했다.

감사원은 지역본부가 산불위험지수와 무관하게 재폐로를 상시 작동하는 것이 한전이 매년 정전 시간 감축 성과를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것과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한전 사장에게 산불위험시기 재폐로 운영 방침을 조속히 마련하고, 전력공급시설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평가시스템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연합뉴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