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약한 '태움 문화' 완전히 사라져야"…서울시·서울의료원 후속대책 촉구도
"꽃은 져도 향기는 남는다고 합니다. 서울의료원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존중받고 최소한의 노동 인권이 보장된다면, 서지윤 간호사의 향기는 남는 것입니다."
'故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2일 낮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로비에서 지난해 1월 직장 내 괴롭힘 희생자인 서 간호사의 1주기 추모제를 열었다. 이날 추모제에는 고인의 유족과 동료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양한웅 대책위 공동대표는 "유가족들에게 너무나 힘들었을 1년이 지났다"며 "처음에는 서울시장을 만날 수 있을지, 진상 조사를 할 수 있을지, 서울의료원장을 퇴진시킬 수 있을지 막막했지만, 많은 것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양 공동대표는 "서지윤 간호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선 '태움' 문화가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며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 고약하고 비인간적인 태움이 근절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유족은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의 후속대책 이행이 더디다고 비판했다.
고인의 남동생 서희철씨는 "1년 동안 서울을 수차례 오가면서 '조금이라도 발전이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설렘과 기대가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성과를 되돌아볼 때, 눈에 보이는 것은 원장 퇴진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지난해 9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3개월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벌써 4개월이 지났다"며 "서울의료원이 유족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대책위는 이 사건을 조사한 진상대책위원회의 권고안을 서울시가 이행하지 않고 있고 앞서 약속한 서 간호사의 추모비 건립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가해행위자는 업무배제 없이 서 간호사가 사망하기 전처럼 근무하고 있고,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은 서지윤 간호사의 사망 사건을 덮고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은 고인과 유족의 마음을 진심으로 달래고, 서울의료원을 안전한 병원으로 만들기 위해 서울시 진상대책위의 34개 권고안을 즉시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던 서 간호사는 지난해 1월 5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태움'으로 불리는 의료계 직장 내 괴롭힘이 사망의 배경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의료원 노조와 유족이 추천한 전문가로 구성된 진상대책위원회는 서 간호사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는 조사 결과를 내고, 경영진 징계 및 교체, 간호 관리자 징계, 간호부원장제 및 상임감사제 도입, 간호사 야간전담제 전면 재검토 등을 권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