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보신 것처럼 동료들은 연구실 주변 나무가 말라 죽을 정도로 작업 환경이 안 좋았다고 증언했죠. 그런데 이 연구원이 받았던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를 보면 매번 발암물질이 나왔지만 기준치보다 낮았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때문에 작업환경측정 기준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수연 기자입니다.
[기자]
마스크 없이 실험을 하고 실험 가운에 오염물질이 튀기도 합니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연구원 김모 씨의 생전 모습입니다.
취재진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최근 5년 간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보호구 착용이 미흡하단 얘기가 매년 반복됩니다.
유해물질의 위험성을 알리는 물질안전보건자료 게시도 미흡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고서에 기록된 벤젠 등 유해물질 농도는 기준보다 낮았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복수의 전문가들은 측정 기준부터 문제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공유정옥/경기동부 근로자건강센터 부센터장 : (오늘) 벤젠 안 쓰는 날 측정하면 안 나오거든요. 내 자취방에 부모님이 오신다. 그러면 청소하거든요. 그런 거랑 똑같아요.]
산업안전보건법은 유해물질 제조를 금지하고 있지만 연구목적은 예외입니다.
해당 연구소는 수시로 유해물질을 다루지만 6개월에 하루만 그 수치를 측정합니다.
[김신범/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부소장 :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측정하라가 교과서에 나오는 말입니다. 벤젠을 (당일에) 안 쓴다고 해도 벤젠을 쓰는 것처럼 해서 측정을 해야겠죠. 시뮬레이션이라도 해서 측정을 해야 합니다.]
현재 연구 활동 종사자는 130만여 명에 달하지만, 연구실 안전 실태는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 연구도 "대학 내 화학실험실에서 기준치보다 낮지만 수시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며 위험성을 지적했습니다.
[김형렬/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 : 대학이나 연구실에서 실험하는 연구자의 문제, 관리체계 안에 들어오지 않은 영역의 문제를 제일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피해를 입어도 산재로 인정받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지난 1월 백혈병으로 사망한 삼성SDI 황모 연구원은 투병 중이던 2018년 2월 산업재해를 신청했지만, 역학조사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인턴기자 : 김승희·박은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