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보일러 설치해주고, 머리 잘라주고, 사진 찍어주고 자신이 가진 재능을 기부하는 사람들 얘기입니다. 오늘(25일) 밀착카메라는 연말에 온기를 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윤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오래된 집들이 자리잡은 부산의 한 산동네.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이 집은 산 꼭대기에 있어서 추운 겨울을 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보일러실이 있지만 열어보니까 보일러는 작동을 멈춘 상태입니다.
계속 물도 새서 물통도 비었고 배관은 녹슬어버렸습니다.
이 집엔 기초생활수급자인 할머니가 살고 있습니다.
[하자선 : 얼마나 오래됐는지 안 돌아가가지고 돌리면 온 동네가 시끄럽다. 기름도 겁나지. 전기장판 깔고 뭐 덮어쓰고.]
트럭 짐칸에 새 보일러가 실려 있습니다.
새 보일러를 설치하는 봉사를 하러 온 보냉가설봉사단 사람들입니다.
단장 박진관 씨는 보일러 설치 기술로 명장 칭호를 받은 전문가로 20년 넘게 봉사를 했습니다.
[박진관/대한민국 건축설비 명장 : 저희들이 기름보일러 교체하고 그다음에 할머니 머리 미용봉사를 하러 왔습니다.]
가파르고 좁은 비탈길을 보일러를 끌고 올랐습니다.
살펴보니 기존 보일러는 문제가 심각합니다.
[박진관/대한민국 건축설비 명장 : 보십시오, 완전 흙이잖습니까. 보일러가 과열이 되거든요. 폭발사고가 날 수 있는…]
고장난 보일러가 치워진 자리에 새로운 보일러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보일러도 후원을 통해 마련된 건데요.
설치만 완료되면 바로 난방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보일러를 바꾸는 사이 미용사인 신화남 씨는 할머니의 머리를 손질합니다.
신씨는 봉사단에게 매달 한 대씩 보일러를 후원합니다.
[신화남/부산 미용분야 최고장인 : 81년도에 자격증 따고 그때부터 바로 시작했어요. 대단한 건 아니고요. 봉사를 하면 저 자신도 정화가 되잖아요.]
보일러 설치가 끝나고 주방에서 김이 나는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옵니다.
그 사이 할머니의 머리도 완성됐습니다.
[하자선 : 고맙다. 내 손질도 도와주고 고맙구나.]
촬영 준비가 한창인 한 사진관입니다.
이 곳은 사진을 찍을 기회가 많지 않던 사람들에게 봉사나 비영리 방식으로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관인데요.
오늘(25일)도 특별한 한 가족을 위해 재능 기부자들이 모였습니다.
장애인이나 다문화 가정 등 사회적 약자에게 사진을 찍어주는 비영리법인 바라봄 사진관.
몸이 불편해도 오가기 쉽도록 문턱을 없앤 공간입니다.
오늘은 세 명이 사진 봉사에 나섰습니다.
[전형구/바라봄사진봉사단 : 평생 은행에서 사진을 취미로 했었습니다만, 퇴직한 이후에 사진을 통해서 봉사하는 걸 해보고 싶다…]
가족사진을 찍을 주인공, 엄마와 아이 두 명이 도착했습니다.
두 아이는 발달장애가 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엄마는 장애학부모단체의 대표가 됐습니다.
[임신화/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 : 촬영을 할 때 눈치를 많이 받는다거나 그럴 때가 많아서 가족사진 촬영을
아예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오늘 찍어주신다고 해서 오게 됐습니다.]
촬영이 시작됐습니다.
봉사자 한 명이 사진을 찍는 동안 다른 두 명은 아이들을 집중시키느라 소란스럽습니다.
[이쪽 앞에 봐. 혜승아, 동현아, 여기 좋다. 좋다, 여기. 한 번 더.]
짧게 끝나버린 촬영에 찍는 사람 얼굴엔 아쉬움이 뱁니다.
[권태훈/바라봄사진봉사단 : 욕심은 뭐 한이 없는 거고. 오늘 그나마 잘 도와준 것 같아요, 어린 친구들이.]
반면 엄마는 한껏 만족스러운 표정입니다.
[임신화/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 : 이런 표정이 우리 아이들의 특유의 표정이라서, 생각이 많은 표정. 역시 우리 아들은 잘생겼군요. 혜승이 웃고 있어서 너무 좋다.]
[조영대/바라봄사진봉사단 : 어려운 촬영이 되리라고 생각했는데 애들이 기분이 좋았던가 봐요. 잘 찍은 것 같아서 크리스마스이브 때 마음이 참 흐뭇합니다.]
광화문광장 사랑의 온도탑은 46.4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능을 주위에 나누며 전해지는 온기는 이보다 더 뜨거웠습니다.
(인턴기자 : 조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