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백 년 전. 광화문 돌다리 앞에서 빨래하던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요. 또, 그 당시 함경북도의 여성들은 아이를 안고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찍은 사진들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식민지 통치를 위해서 총독부가 남긴 3만 8천여 장의 사진들을 모두 온라인에 공개했습니다. 아픈 역사 속에서 지키지 못했던 사람들과 유물들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권근영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120년 전인 1899년, 보신각 앞은 한복 입은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1927년의 숭례문은 담쟁이덩굴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지금은 갈 수 없는 평안북도 영변의 보현사도 담겼습니다.
평안남도 진파리 고분, 천장에 식물무늬를 그렸던 고구려인들은 무슨 꿈을 꿨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일제강점기에서 한국 전쟁으로, 역사적 상처로, 또 화재로 우리는 많은 문화재를 잃었습니다.
양양 낙산사 원통보전과 보살상, 동종은 이렇게 아름다웠는데, 2005년 낙산사 화재 때 불타버렸습니다.
유리에 약품을 칠해 필름처럼 사용했던 유리건판, 조선총독부는 이 사진기술로 식민지 곳곳의 유물과 자연환경을 담았습니다.
식민통치를 위해 인류학 연구를 한다고 전국을 돌며 사람들을 찍기도 했습니다.
한복 입은 채 일렬로 선 경북 경주의 부인들, 상투 튼 경남 거창의 남성들, 함남 원산에선 윗옷을 모두 벗기고 촬영했습니다.
낯선 카메라 앞에 억지로 섰던 사람들의 표정은 암울했던 시대를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총독부가 찍은 3만 8000여 점의 유리건판은 해방 후 국립중앙박물관이 보관하다가 이번에 모두 디지털로 인화해 온라인에 공개했습니다.
가슴 아픈 기록 속엔, 100년 전 이야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화면제공 : 국립중앙박물관 C-SPAN)
(영상그래픽 : 이정신)